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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이 아냐” 금리 더 올린다...더 커진 ‘S’ 공포 [한은 빅스텝]
한두 차례 추가 금리인상 예고
연말 기준금리 2.75~3% 예상
우크라·中봉쇄 등 성장 걸림돌
소비·투자 동반 하락 가능성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우려

한국은행이 한꺼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며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통화 당국이 그만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비상 상황임을 시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미국 중앙은행의 강력한 통화 긴축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는 외환시장의 안정화도 도모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는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연말까지 세 차례(8·10·11월) 남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최소 한두 차례 정도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말 우리나라의 최종 금리는 적어도 2.50%, 많게는 3%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단기간 내에 높아진 금리 수준을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감내할 수 있느냐다. 2.25%로 높아진 기준금리는 2014년 8월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 ‘인플레 공포’ 이제 시작…물가상승률 7%도 갈 수 있다=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움직인 가장 큰 요인은 인플레이션이다. 6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6%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중국 봉쇄마저 강화된 데다 전기·가스요금 추가 인상분이 지표에 반영되면 곧 물가상승률이 7%에 이를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고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 것도 물가를 밀어올릴 요소다. 물가상승 기대감을 담은 기대인플레이션율(3.9%)은 10년 만에 4%에 육박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실제 물가를 밀어올릴 수 있어 통화정책 운용 시 고려하는 주요 변수다.

상방 압력을 받는 환율도 한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는 요인이 됐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달 두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이면서 한미 간 금리 역전은 눈앞에 다가왔다. 연준이 이달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 미국 기준금리는 2.25~2.50%로 한국보다 최대 0.25%포인트 높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금리 인상은 아쉬운 결정”이라며 “우리 경제가 아주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괜찮을 때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간 금리 차 역전은 기축통화인 달러가치를 높이고 원화를 상대적으로 약화시켜 환율 상승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입국가인 우리나라는 수입물가 상승과 이로 인한 소비자물가 상승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한은이 물가상승 상황에서 한미 간 금리 차 역전을 무엇보다 경계하는 이유다.

▶하반기 경기침체 우려…‘스태그플레이션 성큼’=관건은 복합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을 우리 경제가 받아낼 수 있느냐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민간소비가 경기 상방 요인인 상황에서 3분기부터 침체 공포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가 많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가 올라가면 부채에 대한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나고 그게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타임래그(시간 지연)로 인해 2분기에는 나타나지 않겠지만 하반기에 이런 현상이 겹쳐지면 인플레이션을 잡다가 경기가 나빠지는 상황이 올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경기침체를 완벽하게 피하긴 어렵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보고서에서 0.5%포인트 빅스텝을 단행하면 올해 가계 소비지출 증가율이 0.5%포인트가량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가계 이자비용은 급증하는데 이를 메워줄 소득의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소비 위축, 경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받아들이고 대비해야 한다”면서 “한국의 경우 물가상승률이 미국보다 낮지만 하반기 때는 7% 넘어갈 수도 있다”며 “특히 대출이자 등 주거비가 많이 올라 소비자물가나 가계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기업 투자 약화도 경기 상황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최근 ‘한미 정책금리 역전 도래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금통위의 빅스텝에 따라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약 4조원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SGI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대기업은 1조1000억원, 중소기업은 2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SGI는 이와 함께 단기적 경기 위축 가능성도 제시했다. SGI에 따르면 과거 물가 상승률 둔화기를 바탕으로 연구한 결과, 물가 상승률을 1%포인트 하락시키기 위해서는 경제성장률을 0.96%까지 희생해야 한다. 주요 선진국 평균 희생률(0.6~0.8%)에 비해 높아 국내가 금리 인상에 더 민감하다는 분석이다. 벌써 국내 기업들은 조달금리 급등으로 인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회사채 발행도 어렵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지난 8일까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한 회사채 발행 규모는 9조4074억원으로, 전년 동기(17조4888억원) 대비 46.2% 급감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이어온 확장적 재정 기조를 줄여나가는 것도 향후 성장 및 경기 흐름에 우려점이다. 당장 금융 당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유예 등을 오는 9월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금리 인상 시 취약 차주들의 부실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내년 재정수지 적자 규모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통제하기로 했다.

▶경제성장률 전망 또 하향될 듯…“올해 1%대만 유지해도 선방”=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8월 재차 하향조정될 전망이다. 한은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에서 지난 5월 2.7%로 하향한 바 있다. 8월 수정경제전망에선 이를 더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주요국의 긴축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공급 병목 현상 및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봉쇄 강화가 우리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노무라증권은 올해 한국 실질 GDP 성장률이 1.9%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잠재성장률 2%를 하회해 사실상 한국 경제는 ‘침체’ 국면에 들어선다. 박형중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에서는 성장률 2.5%를 이야기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고 불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올해 연간으로 1%대만 유지해도 선방하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연진·박자연 기자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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