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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어붙은 집’에 악소리...거래회전율 9년만에 최저치
하방압력 가시화되는 부동산시장
상반기 아파트 매매, 전년 절반 수준
‘절벽’ 넘어 ‘빙하기’ 접어들었다 평가
지난 석달 새 수도권 매물은 증가세
‘지금 집을 사면 바보’ 매수심리 위축
주택 거래 시장이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거래절벽이 심화되면서 거래회전율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시장의 매물 소화가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내려다 본 아파트. [연합]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거래절벽 현상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에 부동산시장에서 매매활성화 정도를 나타내는 거래회전율이 9년여만에 최저치를 나타내는가 하면 1년 전에 비해 아파트 매물은 6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과 금리인상 등 경제여건 악화와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 등에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거래가뭄’이 날로 심화하는 모습이다.

▶거래회전율 9년여 만에 최저치=11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오피스텔 등) 거래회전율은 0.42%로, 2013년 1월 0.32% 이후 9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집합건물 1만개 중 42개꼴로 거래됐다는 것으로, 거래회전율이 낮을수록 거래 가능한 부동산에 비해 소유권 이전등기가 완료(등기원인 매매)된 부동산이 적다는 의미다. 거래회전율은 지난해 3월 0.83%로 연중 고점을 찍은 뒤 소폭 하락하기 시작해 그해 6~11월 0.60%대를 나타냈고, 12월 0.59%로 내려앉았다. 올해는 1월 0.50%를 기록한 뒤 2~5월 0.46~0.47% 수준을 오가다 지난달 0.42%로 더 낮아졌다.

전국 17개 시도·광역시 중에서는 서울의 집합건물 거래회전율이 0.30%로, 가장 낮았다. 서울의 수치는 지난해 월별로 0.44~0.73%를 나타냈는데 올 들어서는 줄곧 0.30%대에 머물며 지난달에는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 특히 지난해 ‘영끌’ 수요가 대거 몰리며 집값이 상승했던 노원구(0.11%)의 침체 양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거래회전율이 최고 1%대까지 치솟았던 경기·인천도 지난달에는 각각 0.40%, 0.51%를 나타냈다.

거래시장의 활력이 떨어진 데에는 금리인상과 고물가, 집값 하락 우려 속 매수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부터 시행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로 매물이 늘고 있지만 현재 시장에는 팔 사람에 비해 살 사람이 부족한 상태다.

6월 마지막 주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8을 기록하며, 90 이하로 떨어졌다. 이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인데 90 아래로 떨어진 건 2019년 8월 12일(89.6) 조사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국 수치는 92.6으로 6주 연속 하락했다.

▶아파트 매물 1년사이 60%늘어=이처럼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자 시장의 매물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절세를 위해 꾸준히 시장에 집을 내놓는 만큼 고스란히 매물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7월 11일 기준 전국적으로 아파트 매매 물건은 41만7648건에 이른다. 전년도 같은 날짜 26만 446건과 비교했을 때 15만여개 즉, 60.3% 늘어난 수준이다.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늘어난 광역자치도는 1년 사이 2467건에서 1만1813건으로 378%가량 늘어난 광주광역시다.

수도권 지역에서도 매물 증가세는 확연했다. 경기는 6만6142건에서 12만844건으로 82.7%, 서울은 4만3179건에서 6만3243건으로 46.4% 늘어났다.

특히, 수도권 지역의 경우 최근 석 달 사이에 급격한 증가 추세가 돋보였다.

서울이 석 달 사이 5만2460건에서 6만3243건(20.5%)으로, 경기가 10만338건에서 12만844건(20.4%)으로, 인천이 2만2483건에서 2만7021건(20.1%)으로 늘어났다. 이는 전국적으로 봤을 때 광주에 이어 2, 3, 4위의 증가속도다. 그 뒤로 세종, 대구, 대전 등이 매물 증가 속도를 보였는데 이 지역들은 최근 집값 하락세가 확연한 곳들이다.

서울안에서는 강남3구와 외곽지역의 매물 증가추세가 뚜렷한 차이점을 보였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로 세 부담이 줄어들면서 다주택자들이 핵심 입지를 제외한 외곽지역 물건들을 위주로 시장에 내놓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년 사이 가장 큰 증가세를 보이는 곳은 강북(79.1%), 도봉(74.3%), 동작(74.2%), 양천(69.9%), 구로(68%), 강서(66.3%)순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가장 작은 증가세를 보인 곳은 서초(15.5%), 광진(26.1%), 강동(26.7%), 송파(26.9%), 강남(28.8%)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거래가뭄과 매물 적체 현상이 이어지면서 주택 가격도 약보합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계속되는 금리인상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등으로 구매력 있는 실수요자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다주택자 일부가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을 활용해 시장에 매물을 던지고 있지만 매도·매수자가 생각하는 집값의 격차가 커 거래활성화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경기불황으로 전반적인 매수세가 줄면서 매물 적체 현상과 평년보다 저조한 주택 거래, 가격 약보합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금리인상 기조가 계속되며 집값이 떨어질 조짐이 확실해지면 올 하반기쯤부터 양도세 중과 유예를 노린 급매물들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며 “지금의 고요함이 어찌보면 폭풍전야 같기도 하다”고 비유했다. 서영상·양영경 기자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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