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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연금술, 산업소재(素材) 디지털화

수년전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입찰에서 미국의 항공기 제조기업 B사는 설계, 제작공정, 정비 등에 디지털 데이터기술을 활용하여 제안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춤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국내 S사도 수 만종의 화학구조에서 최적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를 탐색하는 데에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경쟁력 유지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와 같이 오늘날 인공지능,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디지털화 바람은 산업소재 개발 분야에서도 거세게 불고 있다. 과거 전통적인 소재 개발 방식은 수없이 많은 실험과 경험을 반복하는 시행착오 과정을 통해 수행돼 왔다. 이 과정에서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어야만 했다. 지금 이차전지의 주류인 이온배터리 소재는 일본 S사가 20여년에 걸쳐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제품 수요의 세분화 및 제품 수명 주기 단축과 디지털기술이 발전한 시대에는 더는 효과적인 방식이 아니다. 과거 실험 장비와 시료 등의 역할을 컴퓨터와 데이터가 그 자리를 대체해 나가는 것이다.

2013년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World Changing Ideas)로 ‘컴퓨터를 이용한 소재 개발’을 선정한 바 있다. 컴퓨터의 발달로 기존에 인간이 계산해내기 불가능한 원자와 분자 수준의 영역을 가상 세계에서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재 디지털 데이터를 방대한 양으로 축적하면 최적의 공정 유지는 물론 시행착오를 최소화하여 신소재 개발까지 가능하다. 디지털화를 통한 소재 개발비용과 기간 단축 역량은 기존 글로벌 소재산업 질서를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이자 경제안보의 핵심 요소가 된다. 미국, 유럽 등 소재 선진국들이 소재 디지털화를 이미 국가 전략으로 삼고 추진해오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미국은 ‘소재게놈 이니셔티브’를 수립하고 계산과학 기반의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중이며, 유럽연합(EU)도 ‘노마드 프로젝트’를 통해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여 소재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소재 대기업의 경우 소재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중소기업에는 아직 남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산업소재 데이터의 활용 촉진을 위해 지난해부터 화학, 금속, 세라믹, 섬유 등 4대 소재 분야에 대해 표준화 작업을 거쳐 공공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소재 데이터 생성 전용 공장(Miniature Data Factory)을 통해 약 250만건의 양질의 데이터를 생성·축적하고 있다.

현재 구축 중인 ‘산업소재 데이터 플랫폼’을 빠르게 개통하여 축적된 데이터를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공공 연구기관, 기업이 축적한 산업소재 데이터에 대한 접근장벽을 완화하면 소재기업은 물론 AI(인공지능) 모델 개발과 데이터 거래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소재 전문 제조 서비스 창업도 활성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8일 화학연구원에서 민간 소재기업, 시뮬레이션 전문기업, 공공 연구소, 관련 협회 등이 모여 민·관 합동 산업소재 디지털 전환 협의회 출범식을 하고 본격적으로 산업소재 디지털화를 추진해 나가기로 힘을 모았다.

올해 중에 ‘산업소재 디지털화 전략’을 수립하여 산업소재 데이터의 축적, 분석, 활용을 위한 향후 5년간 로드맵을 제시할 계획도 밝혔다. 데이터의 표준화, 소재 분석 인공지능 개발, 데이터 플랫폼 구축, 전문인력 양성 등의 인프라 구축과 함께 민·관 합동으로 12개 핵심 미래 유망 소재에 대한 선도 프로젝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소재 데이터 활용 역량을 강화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소재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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