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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데믹 후 ‘고용 질’도 양극화…노동정책은 격차를 더 벌린다 [서민층에 더 가혹한 고물가]
고령자·여성 취약층에 피해 몰려
정부, 직접일자리 예산축소 계획

코로나19 이후 ‘고용의 질’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5월 고용률은 동월 기준 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현재로선 정부조차 양적인 회복도 지속될 지 장담하지 못한다. 그 피해는 고령층과 여성 등 취약계층에 몰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정작 구직급여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내년부턴 직접일자리 예산도 대폭 축소할 계획이다. 이 탓에 ‘일자리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BOK 이슈노트 : 우리나라 고용의 질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일거리가 없거나 사업이 잘 돼지 않아 조업이 중단되는 등 자발적이지 않은 이유로 주당 일 할 수 있는 시간이 36시간도 채 되지 않는 ‘매우 취약군’에 속하는 노동자 비중이 코로나19 확산 이전 대비 0.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월 기준 전체 노동자 중 취약노동자 비중은 26.0%였고, 이 중 23.6%는 ‘다소 취약군’, 2.4%는 ‘매우 취약군’에 속했다. 성별·연령별로 보면 핵심 노동연령층(30~59세) 남성은 양호했지만, 고령층(60세 이상) 여성이 가장 취약했다. 4월 기준 실직위험이 높은 부문 노동자 비중은 30대 남성 20.8%, 30대 여성 20.1%, 40대 이상 남성 24.7%, 40대 이상 여성 34.7%이었다.

문제는 앞으로 고용시장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부가 내년부터 직접일자리 예산에 대한 구조조정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앞선 정부는 올해 105만6000명을 대상으로 3조3200억원의 직접일자리 예산을 편성했다. 직전 연도(100만7000명)보다 그 대상과 예산을 모두 늘렸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접일자리 예산은 예산 편성에 따른 수혜자가 정해지는 만큼 올해 예산에는 손 대지 못한다”면서 “정부 기조에 따라 내년부턴 직접일자리 예산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직접일자리 예산을 줄일 경우 ‘고용의 양’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당장 지난 5월 취업자 수는 2848만5000명으로 지난해 5월보다 93만5000명 늘어 5월 기준 2000년 이후 22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30·40대 취업자 수 증가폭은 4만여명였던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46만명으로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올해 직접일자리 예산 집행으로 고령층 일자리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직접 일자리가 순차적으로 종료되면 고용의 양적 증가도 장담하기 어렵다. 기획재정부는 “코로나 방역 인력 감소, 정부 직접 일자리 종료, 물가 등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취업자 수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구직급여’ 지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가 2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구직급여 예산을 삭감한 것도 우려 지점이다. 정부는 당초 올해 ‘실업소득 유지 및 지원(구직급여)’ 예산으로 12조6933억원을 편성했지만, 지난 추경 당시 부처별 예산 구조조정에 따라 구직급여 예산 4000억원을 줄였다. 이 탓에 올해 구직급여는 지난해보다 2157억원 적은 12조5090억원 가량이다. 하지만 구직급여 신청액은 지난 5월 한 달 만에 다시 1조원이 넘는 1조150억원을 기록했다.

김용훈 기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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