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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통화정책, 과거와는 다른 위험요인에 대비해야”
정책 탈동조화로 파급효과 제한적…최악의 상황 대비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지정학적 갈등의 장기화 및 글로벌 공급망 회복 지연 등으로 인해 물가상승 위험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주요국 중앙은행의 동반긴축 선회 등 과거 사례와는 차별화된 위험요인에 대비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올해 들어 이미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이 본격적으로 통화긴축 모드에 돌입한 가운데 최근에는 유로존 지역 또한 긴축 기조로 조기 선회할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와 더불어 여타 주요 선진국 간 통화정책 동조화 여부는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파급효과가 제한적이었던 점은 주요국간 통화정책 차별화에 일부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미는 긴축 속도 가속화…유럽·일본 완화 통화정책 유지

6일 자본시장연구원의 ‘글로벌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위험요인 및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발발에 따른 경제활동 제약 등으로 다소 주춤했던 주요국의 경제상황은 대규모 경기부양책 등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선진국(미국, 영국, 유로존, 일본 등 G4 기준)의 경기상황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대부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에는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주요국의 물가 상승세는 팬데믹 대응에 따른 완화적 통화·재정 정책, 글로벌 공급망 차질 및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등에 기인하고 있다.

2022년 3월 기준 지역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미국 8.6%, 영국 7%, 유로존 7.4% 등으로 대부분 지역에서 근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유로존의 경우 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약 2.9% 수준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물가 전이효과가 아직까지 크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여타 지역 대비 물가상승 압력은 제한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블룸버그 자료. 자본시장연구원 ‘글로벌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위험요인 및 시사점’ 보고서 재인용.

각국별 상이한 경제상황에 따라 올해 초 이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는 다음과 같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미국과 영국에서는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 위험이 크게 부각되면서 금리인상 및 양적긴축을 통한 통화긴축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미 연준(Fed)은 이미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 인상(75bp)을 단행했다. 지난 3월 신규 자산매입을 중단한데 이어 6월부터는 연준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양적긴축을 시작하는 등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도 이미 지난해 12월 금리인상을 시작한 이래 5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85bp)하고 있으며, 올해 초부터는 만기도래한 국채 보유분의 재투자 중단 및 회사채 매각 등 양적긴축을 실시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의 경우에는 현재까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유럽은 최근 물가상승세 심화에도 불구하고 유로지역 경제의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세 및 근원물가 상승률 등을 반영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유지와 더불어 기존 자산매입 프로그램 또한 점진적 축소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러시아 경제와 연관도가 높은 유로존 경제의 특성상 에너지 공급 제약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발발 가능성 등의 요인이 통화정책 결정에 일부 반영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최근 일시적으로 소비자 물가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으나,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의 상승압력이 여전히 제한적이며 엔화 약세를 통한 수출기업의 수익확대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단기간 내 통화긴축으로 선회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최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에 따라 주요 선진국의 기준금리는 올해 초 이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물가상승 위험과 더불어 에너지 공급 차질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발발 우려까지 대두되면서 각국별 경제상황에 따라 통화정책 변화가 차별화되고 있다”며 “향후 글로벌 통화정책 차별화 여부는 지정학적 위험의 장기화 가능성 및 글로벌 공급망 회복 속도 등 대외요인 변화에 따라 각기 상이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국 중앙은행 자료. 자본시장연구원 ‘글로벌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위험요인 및 시사점’ 보고서 재인용.
과거 미 통화긴축에 따른 파급효과는 제한적

미국 주도의 금리 인상 시점에서의 주요 선진국 간 통화정책 차별화 추세는 과거 사례에서도 관찰된다.

첫 번째 기간은 2005년 12월 이후 미 연준이 17차례에 걸쳐 금리 인상(425bp)을 단행했던 시점으로 해당 기간 중 여타 지역의 통화정책 변화가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됨에 따라 차별화 격차가 크게 확대된 바 있다.

해당 기간 중에는 신흥국 경제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시점으로 글로벌 증시가 상승하는 가운데 증권자금의 이동 급변 등의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빠른 경기회복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미국이 금리인상 및 양적긴축 등의 통화정책 정상화 시동을 걸기 시작하였던 2016~2018년 기간 중에도 주요국 간 통화정책 탈동조화 추세가 관찰된다.

해당 기간 중 미 연준은 9차례에 걸친 금리인상(225bp) 등 통화긴축을 진행했으나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은 더딘 경기회복세 등으로 인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함에 따라 주요국 기준금리 격차가 확대됐다.

그러나 해당 기간 중에도 미국의 통화긴축에 따른 파급효과는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신흥국 성장세는 일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미국 등 선진국 중심의 세계경제 성장세가 지속됐으며, 장기금리가 안정화되고 글로벌 주가가 상승하는 등 미국 통화정책 변화의 여파는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OECD 자료. 자본시장연구원 ‘글로벌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위험요인 및 시사점’ 보고서 재인용.

김 연구위원은 “최근 두 차례의 글로벌 통화정책 차별화 시점 모두 미국의 통화긴축의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은 주요 선진국간 통화정책 차별화가 미국 통화긴축에 따른 전이효과를 일부 상쇄시키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며 “특히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 통화정책 변화가 신흥국 자본유출입 변동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주요 선진국 간 통화정책 차별화 정도에 따라 일부 상쇄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파급효과가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향후 주요 선진국의 통화정책 변화 양상이 탈동조화의 방향으로 진행되면 주요국 통화긴축 가속화 등 대외요인 변화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일부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 연구위원은 “주요국의 물가상승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최근의 상황은 글로벌 물가상승 압력이 고착화되면서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의 동반긴축 선회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동반 경기침체 등 최악의 상황 발발 가능성도 점증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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