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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생물표본 가치의 재조명

‘생물표본’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어릴 적 방학숙제로 만들었던 식물이나 곤충 표본을 떠올릴 것이다. 우리가 어릴 때만 해도 생물표본 제출은 대부분 학교의 단골 방학숙제였다. 자연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시작됐지만 실제로 제출된 표본들은 제대로 활용되거나 보관되지 않고 버려졌다. 결국 방학숙제를 해온 어린이들이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부작용도 생기게 됐고 이제 과거의 표본제작 숙제는 대부분 자연관찰 숙제로 대체됐다.

생물표본은 ‘일종의 타임캡슐’이다. 생물표본을 통해 과거 생물들의 분포 정보를 현재의 분포와 비교해 기후변화 정도를 추정해볼 수도 있고, 생물표본에서 추출한 유전자정보를 이용해 그 생물이 살았던 과거 시대의 환경을 유추해볼 수도 있다. 최근엔 생물표본을 학술적 목적으로만 활용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출판·인쇄물은 물론 캐릭터 상품을 개발하는 등 생물표본을 이용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07년 개관 이후 현재까지 약 310만점의 자생생물 표본을 수집해 보관하고 있다. 수천 만점에서 많게는 1억점 이상의 표본을 보유한 외국의 생물다양성 연구기관들에 비하면 우리나라 국립생물자원관은 적은 규모지만 15년 만에 이루어진 성과로는 괄목할 만하다. 이 표본 중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표본과는 다른 종류의 표본이 23만여점 포함돼 있는데 바로 우리가 ‘생물소재’라고 부르는 표본들이다.

생물소재에는 종자, 배양체, 유전체, 추출물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 같은 생물소재를 확보하고 분양하는 이유는 바로 이 소재들이 바이오산업(생명공학)에 재료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 중에는 자체적으로 생물소재를 발굴해 활용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바이오산업체는 필요한 생물소재를 자체적으로 발굴해내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가 혹은 공공기관에서 생물의 효능 등 활용적 측면의 과학적 정보와 함께 생물소재를 바이오산업체에 제공해줄 수 있다면 생물소재의 확보 및 기초 효능 분석 등의 단계를 뛰어넘고 제품 개발에 착수할 수 있어 산업체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지난 2010년부터 생물소재 확보와 활용성 연구를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지 못해 생물소재 확보에 이은 본격적인 증식과 분양에는 한계가 있었다. 다행히 지난 4월 ‘야생생물소재연구동’이 완공돼 생물소재의 보관과 분양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더 나아가 우리 자원관에서는 생물소재 증식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 증식단지엔 생물소재의 품질관리와 유용성 검증을 위한 테스트베드 등 파일럿 생산 기반시설과 대량 증식 생산설비 및 지원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며, 이를 통해 생물소재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글로벌 바이오산업의 발전 속도는 눈부시다. 과거 어떤 분야보다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산업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5837억달러이고 이후 연평균 7.7%씩 성장해 2027년에는 9113억달러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시장 규모도 최근 10년간 연 11.8%씩 성장해 2020년 기준 17조4923억원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새 정부에서도 바이오헬스산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의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로의 도약’이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

찰스 다윈으로 대표되는 생물학자들의 표본을 통해 우리는 생물의 진화와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생물표본이 지닌 전통적 학술 가치에 더해 표본을 활용한 응용 분야의 발전, 그리고 생물소재 활용을 통한 바이오산업의 발전 등 생물표본의 산업적 활용 가치에 대한 재조명이 기대되는 시기다.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장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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