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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자본증권, 고금리·고환율 파고 넘을까
자산가들 장기자금 유입 꾸준
1000억원대 2~3일이면 완판
만기 길지만 안정성 높아 인기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 수요↑
달러표시, 환전부담은 걸림돌

높은 금리를 무기로 시중은행 자산가 사이에서 신종자본증권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만기가 길긴 하지만, 손실 우려가 적은데다 예·적금보다 2%포인트 가량 금리가 높아 장기성 자금을 예치하기에 제격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금리 인상, 고환율로 매력도가 떨어지긴 했지만,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신종자본증권을 가져가려는 수요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신종자본증권이란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되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상품을 말한다. 주식,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졌다고 해서 하이브리드 증권으로도 불린다. 은행이나 지주회사들은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하는데, 특정 요건이 발생할 경우 발행사의 이익잉여금으로 귀속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되는 특성을 지닌다.

신종자본증권이 인기를 끈 이유는 단연 고금리와 높은 안정성 덕분이다. 이달 초 신한은행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금리를 4.50%(고정) 제공한다. 통상 은행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4%대 전후 이자를 지급하는데, 그간 예적금보다 금리가 두배 가량 높았다.

신종자본증권은 회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 금융회사로 지정되면 채권이자 지급을 중단할 수 있고 청산 때 상환순위도 후순위다. 하지만 은행의 신용등급이 AAA, 발행된 채권의 신용등급이 AA나 AA-로 비교적 안정성이 담보돼있다. 기관 뿐 아니라 리테일에서도 신종자본증권이 인기를 끌면서 신한은행 또한 증권신고서 신고금액인 2700억원 규모보다 증액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통상 천억원대 단위로 리테일 시장에 풀리는데 그리 오래가지 않아 물량이 소화된다”며 “만기가 없거나 만기가 길지만,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장기 자금을 위한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편입하는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시중은행에서 예·적금을 가입하기 위해서는 자동이체 등 각종 우대요건을 충족해야하는데, 이런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금리 인상, 매일 치솟는 환율은 신종자본증권 매력을 꺾는 요인으로 꼽힌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최근 미국 BBB등급 회사채도 4%가 넘게 금리를 주지 않느냐”며 “장기채에 후순위급 채권을 3~4%대 금리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도가 높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속속 올리고 있는 점도 신종자본증권의 매력도를 낮추고 있다. 시중은행을 포함해 저축은행, 인터넷은행 등도 금리인상 대열에 합류하면서 예·적금 금리는 3%대 시대가 열린 상태다. 올해 기준금리 네차례 연속 인상 전망이 나오면서 추가적인 수신 금리 인상도 기대되는 상태다.

여기에 치솟는 환율은 달러표시 신종자본증권 가입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은 전고점을 넘어선지 이미 오래다. 게다가 여전히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이 상존해 있는데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정점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은 달러 강세의 요인이 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원/달러 환율이 1300원선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신종자본증권에 가입한 투자자들이라면 금리 인상 등으로 평가손이 났더라도 만기까지 가져가면 문제가 없다. 달러를 보유한 고객들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가입 문의가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외화로 표시된 신종자본증권을 새로 산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통상 리테일에서 달러표시 신종자본증권을 살 경우 최소 가입액은 20만불(약 2억5500만원) 수준이다.

시중은행 PB는 “달러표시 상품의 경우 USD 기준으로 금리가 5~6%로 원화로 발행된 신종자본증권보다 높게 형성돼있긴 하다”며 “기존에 달러를 가지고 있던 고객이 아니면 신규로 환전해 가입할 경우, 금 메리트보다 환전에 따른 부담이 더 클 수 밖에 없는 만큼 신중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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