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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연주의 현장에서] MZ세대는 ‘MZ세대’가 싫다

최근 방송된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는 MZ(밀레니얼+Z)세대가 무엇인지 모르는 출연진 간의 대화가 그려졌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마징가 Z를 모르는 세대”라는 새로운 정의도 나왔다. 출연진 대부분이 MZ세대였지만 정작 MZ세대의 뜻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지난해부터 유통가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MZ세대’이다. 사전적 정의로 보자면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Z세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말한다. 이들을 합쳐서 부르는 것이 바로 MZ세대로, 지금 20·30대를 일컫는 말이라고 봐도 된다. MZ세대의 달라진 소비 패턴에 주목하기 시작한 유통가는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른 이들을 잡기 위해 MZ세대를 겨냥한 상품, 공간 등에 공을 들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반짝 유행하는 마케팅 용어처럼 MZ세대가 곳곳에 등장하면서, 이 단어 자체가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요즘 MZ세대는 이렇다’라고 구분하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MZ세대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고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보았을 때 나를 하나의 세대로 묶어서 정의하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하나로 묶는 것부터가 무리라는 시각도 많다. MZ세대 정의로 보면 20대부터 40대 초반까지 걸쳐 있는데 손쉬운 고객 타깃을 위하여 MZ세대라는 말을 자주 쓰지만 21세와 41세가 같은 세대라고 보기에는 누가 보기에도 차이가 극명하다. 정작 진짜 MZ세대는 MZ세대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는 말들은 ‘꼰대’들의 구분법이라고까지 말한다.

기업들은 MZ세대 소비자뿐만 아니라 내부 MZ 직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조직 혁신을 위해 대개 30대 중반 정도까지 MZ세대로만 따로 꾸려진 팀을 만드는 곳도 많다. 이들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기도 하였지만 아직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는 자세는 좋지만 수박 겉핥기가 아닌 전반적인 기업문화 변화까지 나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평균 연령 자체가 낮고, 조직문화가 유연한 IT(정보기술)업계와 달리 유통업계처럼 보수적인 업태에서는 더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소비자도, 조직 구성원도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는 비단 MZ세대에만 국한된 일도 아니다. 지금처럼 유행어가 된 ‘MZ세대’라는 틀에 갇히다 보면 오히려 개개인의 차이 등 다양한 관점을 놓칠 수도 있다.

MZ세대 다음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의 자녀세대로, ‘알파 세대’라고 한다. 지금 매일 MZ세대로 시작하는 뉴스를 보는 것처럼 이들이 20대가 되었을 때는 또 매일 알파 세대가 등장하는 뉴스를 지겹게 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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