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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둔촌주공의 스톱, 무슨 일이? ①시공단에 들어봤다
“둔촌은 분양가 규제의 가장 큰 피해단지
조합 신뢰회복 없이는 공사 재개 없다”
김재돈 둔촌주공 현장소장 단독 인터뷰
“공사중단 중에도 월 200억원 관리비 발생”
겉과 속이 다른 모습 보이는 조합 문제
마감재 특정 업체 선정 요구도
공사재개 위해 3가지 선결조건 이행 요구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으로 불리는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끝내 멈춰 섰다.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갈등이 공사 전면 중단, 시공사업단의 유치권 행사 파국으로까지 치달았다. 양측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 국면을 이어가자 갈등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의 파행은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규제, 갈등을 양산하는 후진적인 정비사업의 제도적 미비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접점 없이 평행선을 달리는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대표와 차례로 인터뷰를 하고 양측의 목소리를 2회에 걸쳐 가감 없이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먼저 시공단의 얘기를 들어봤다.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조합과의 모든 신뢰 자체가 무너졌습니다.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계약적·법률적 조치들이 수반되지 않는 한 절대 공사 재개는 불가합니다.”

국내 최대의 재건축사업인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을 현장에서 총괄 책임지는 김재돈 현대건설 현장소장은 헤럴드경제와 서면 단독 인터뷰에서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의 파행에 대한 시공단의 속내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김 소장은 건설업계에서만 30년간 일해오며 ‘재건축전문가’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9500가구에 이르는 헬리오시티와 디에이치 자이개포 등의 사업지에서 현장소장을 역임하고 둔촌주공의 현장 총책임자의 지위를 맡게 된 것도 그의 이런 경력에서 비롯됐다.

공사 중단으로 매월 150억~200억원 추가 비용 발생
전임 조합 집행부가 체결한 공사비 증액계약을 두고 조합집행부와 시공단이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가 지난 15일 0시부로 전면 중단됐다. 5930가구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 85개동, 1만2032가구를 짓는 '단군 이래 최대의 재건축사업'으로 꼽히는 둔촌주공 재건축공사의 현재까지 공정률은 52%에 달한다.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에 시공사업단의 유치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

지난 15일부로 공사 중단에 들어간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분위기를 묻자 현재 근로자 및 이동장비가 모두 철수됐다고 답했다. 유치권 등 법률적 권리 행사 등의 관리를 위해 시공사별로 80여명, 즉 4개사(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에서 350여명이 잔류하며 관리하고 있다. 공사 중단은 시공사업단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김 소장은 “현재로서 정확한 추정은 불가하나 관리인력 인건비, 전기료, 수도료, 협력사 관리인력 손실비용비, 존치시설물 임대비용 및 손실비용, 협력사 임대시설물 비용 등을 취합하면 다달이 150억~2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는 부담이 더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사 중단이 장기화되는 경우 발생하는 안전상 문제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사업단은 만일 1년 이상 장기간 공사 재개가 지연될 경우에는 재개 전 안전진단 등의 점검을 사전에 실시 하고 안전성을 확보한 이후에 재개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앞뒤가 다른 조합… 신뢰회복 없이 공사 재개 없다

김 소장은 주요 질문마다 매우 단호하고 강하게 답변했다. 특히 ‘조합의 신뢰회복’이라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공사가 재개되기 위해서는 먼저 현 집행부와 자문위원들에 대한 시공사업단의 신뢰가 복구가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김소장은 앞뒤가 다른 조합의 이중 플레이에 대한 아쉬움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조합 집행부는 내부적으로 올해 4월 8일 계약 해지 안건을 이사회를 통과시키고선 시공사업단에는 같은 달 11일 ‘협의하자’ 공문을 발송했고, 이어 4월 13일 다시 (계약해지 안건을) 대의원회를 통과시키고선 다음날 사업단에 또 ‘협의하자’고 공문을 발송하는 등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인다”며 “조합 집행부의 목적 달성을 위해 시공사업단을 악덕기업, 사기꾼 집단으로 호도해 조합원들의 결속을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합에서 계속해 마감재 등 특정 업체 선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빠뜨리지 않았다. 조합이 ‘단지 고급화’라는 명분하에 현재 시점에서 가능한 마감재 등 모든 업체를 바꾸려 하고 있다는 것이 시공사업단의 입장이다. 현재 재건축·재개발사업장들은 대부분 시공사가 계약서에 근거해 입찰을 진행하고 마감재 및 공사 관련 업체들을 선정하고 있다. 과거 재개발 등 단지에서 많은 조합이 샷시 등 마감재 선정에 직접 개입해 이권을 챙긴 사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조합원 입장에서 단지 고급화는 좋은 일이나 아파트 내부 마감재 몇 개를 더 좋게 바꾸기 위해 공사 지연이나 공사 중단까지 감수할 것인지 역으로 물어보고 싶다”며 “조합은 특정 업체 선정을 요구하며 설계도서 제공 지연, 공사 자재 승인 거부, 공사 중단 지시 등 공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며 “그러면서 한편으론 조합원 인터넷카페를 통해 ‘시공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이윤을 많이 남기려고 조합의 고급화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것이다’ ‘개가 주인을 물려고 한다’며 조합원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감추지 않았다.

조합의 연속성 문제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조합이 바뀔 때마다 계약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면 공사가 도저히 진행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전 조합의 의사 결정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조합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조합장이 변경됐다고 해서 기존 계약이 부정되는지 반문하고 싶다”며 “전 집행부의 잘못이 있다면 전 집행부를 고소, 고발하면 될 일을 왜 시공사업단에 덮어씌우며 조합원들을 선동하는지 모르겠다. 시공사업단은 계약과 법률에 따라 업무를 진행할 뿐, 억지주장 및 정상적 절차를 외면한 요구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을 뿐”이라고 했다.

공사 재개 3대 조건… 공사비 증액 예약 인정·과도한 설계 변경 요구 중단·조속한 분양

초미의 관심사인 공사 재개를 위한 요건을 묻자 그는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먼저 수차례 언급한 2020년 공사비 증액계약을 조합이 인정하라는 것이다. 2020년 공사 변경계약을 부정하는 경우 “공사를 더는 지속할 계약적·법률적 근거를 조합 스스로 없애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방적인 설계 변경 요구와 자재 승인 거부 등을 멈춰 달라는 점과 함께 마지막으로 일반 분양에 의한 사업 재원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3개의 공사 재개의 요건을 동시에 만족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사 중단에 따른 손실 등 기존 시공사업단에서 지속적으로 조합 측에 요청했던 협의 사항들이 전반적으로 합의돼야 공사는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분양가상한제의 최대 피해 단지… 이대로면 제2의 둔촌 사태 불가피

재건축전문가로 불리는 김소장은 현행 구조에서는 제2, 제3의 둔촌주공 사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둔촌주공이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인해 대표적으로 피해를 입은 단지라며 조합원들의 답답한 마음에 대해 공감하기도 했다. 그는 “민간의 사업은 민간이 결정해 추진될 수 있도록 자율을 보장해줘야 한다. 시장의 개입은 결국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뿐”이라며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낳은 결과가 무엇인지 반면교사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각종 노조, 중대재해처벌법, 급격한 원자재단가 상승 등으로 건설 환경은 나날이 힘들어져가고 있다”며 “품질과 안전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장치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영상=시너지영상팀]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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