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00억원을 넘은 국산 신약 제미글로(왼쪽부터), 카나브, 케이캡. [각 사 제공]

국내 시장에서 수 년 간 경쟁력을 다진 국산 신약들의 세계 무대 도전이 활발하다.

지난해까지 국산 신약 중 1000억원대의 블록버스터 3개 제품이 탄생했다. 다만 세계 시장은 막강한 경쟁제품들이 즐비한 만큼 철저한 시장조사와 맞춤형 마케팅전략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국내에서 개발돼 식약처 허가를 획득한 국산 신약은 총 34종. 이 중 블록버스터 기준에 해당하는 매출 1000억원을 넘긴 제품은 LG화학 '제미글로', 보령 '카나브', HK이노엔 '케이캡' 등 총 3개 제품이다.

2018년 허가 획득 후 2019년 시장에 출시된 케이캡은 첫 해 308억원에서 2020년 761억원을 거쳐 지난해 1096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은 국내 시장의 성공을 발판 삼아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HK이노엔은 최근 케이캡이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의 최종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HK이노엔은 지난 2015년 중국 파트너사 뤄신과 9500만달러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뤄신이 2017년부터 임상을 시작, 2020년 말 중국 허가당국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이번 허가로 케이캡은 2/4분기 중국 내 출시가 유력하다. 중국의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은 세계 20%를 차지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3조1000억원으로 미국을 제치고 가장 큰 시장으로 올라섰다.

케이캡은 2019년 중남미 17개국, 2021년 베트남, 말레이시아에 완제 수출, 미국과 캐나다에 기술수출 등 총 27개국 진출에 성공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세계 최대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인 중국에서 허가받은 것을 필두로 주요 시장에서 올해 및 내년 순차적으로 출시가 예정돼 있다. 국내 블록버스터를 넘어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등극시키겠다”고 말했다.

LG화학의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 역시 국내를 발판 삼아 해외시장 확대를 준비 중이다. 2019년 국산 신약 중 처음으로 1000억 매출을 넘은 제미글로는 2020년 1163억원에 이어 지난해 1303억원으로 성장했다. LG화학은 제미글로의 수출액을 별도로 공개하고 있지 않은데, 수출비중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그동안 선진시장으로 진출이 어려웠던 배경은 개발 시작 단계에서 국내 시장을 염두에 뒀기에 미국 등에서 임상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다만 최근에는 동남아, 중남미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을 계속 확대 중이다. 미국 등 선진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출시 10년을 맞은 카나브는 지속적인 업데이트 제품을 통해 매출을 꾸준히 늘려 왔다. 카나브패밀리 매출은 2020년 1039억원에 이어 지난해 1272억원으로 늘었다. 카나브는 단일제 출시 이후 듀카브, 투베로, 듀카로, 아카브 등 복합제를 출시하며 국내 고혈압 치료제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카나브는 멕시코 등 중남미 시장에 이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로 영역을 확장했고, 최근에는 아태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보령 관계자는 “2021년 카나브는 추가 신규 임상 2건을 통해 지속적인 장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는 고혈압 3제 복합제 듀카브플러스의 출시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이 세계무대의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국산 약품 선호도가 높은 국내 의료진과 달리 글로벌 시장에서는 철저히 약효, 편의성 등 제품력 위주로 처방된다. 따라서 이에 기반한 마케팅전략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의사들은 같은 효과와 비용이면 국내 제품을 써주는 경향이 있지만 해외 시장은 차원이 다르다”며 “각 국마다 다른 의료진의 선택기준, 현지화 맞춤 마케팅전략 등이 있어야 국내의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