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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증금 대신 월세를 더”…더 팍팍해진 월세살이 [부동산360]
뛴 전셋값에 전세→월세 유입 가속화
서울 올 들어 ‘준월세’ 비중 확대 뚜렷
올해 임대차거래 월세비중 40% 넘나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월세를 낀 임대차 거래 비중이 꾸준히 늘어난 가운데 올 들어서는 상대적으로 보증금은 적고 월세를 높인 ‘준월세’ 비중 확대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준월세는 보증금 비율이 높은 준전세보다 월세에 가까운 임차 형태다. 전세시장에서 밀려난 무주택 실수요자의 ‘월세살이’도 한층 더 팍팍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3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시장에서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거래의 비중은 37.9%로 지난해(37.7%)에 비해 소폭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

월세가 낀 임대차 계약 비중은 2019년 28.1%에서 2020년 31.2%, 2021년 37.7%, 올해 37.9%로 뛰었다. 특히 2020년 7월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후 월세 거래 비중은 매달 30%를 넘어섰다.

새 임대차법 시행 전 1년간의 월세 거래 비중은 평균 20%대 중후반 선으로, 30%를 넘어선 건 2019년 8월(30.0%)과 2020년 4월(32.7%) 딱 2번뿐이었다.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는 연간 월세 거래 비중이 40%를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올 들어 아파트 월세시장에서는 준월세 거래 비중이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월세는 보증금에 따라 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치 이하인 거래), 준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치인 거래), 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거래)로 구분한다.

전체 월세 거래에서 준월세 비중은 1월 50.6%에서 2월 51.1%, 3월 54.3%로 늘어난 반면, 준전세 비중은 이 기간 46.2%, 45.8%, 42.8%로 각각 줄어들었다. 월세 유형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보증금 규모가 적은 대신 매달 지출하는 비용 부담이 클 수 있는 월세 계약을 맺은 무주택자 비중이 늘어났다는 말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준월세와 준전세 비중은 월별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50% 전후를 나타냈지만, 올 들어서는 한쪽이 대세인 흐름이 굳어졌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보증금 있는 월세의 증가는 전세 보증금 감당이 어려워진 임차인과 월세를 선호하는 임대인의 니즈가 일치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세입자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대출 규제라는 악재를 만나 전세 보증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세시장에서 월세시장으로 발길을 돌린 이후에도 목돈이 덜 필요한 아파트 매물을 찾거나, 아예 신규계약부터 월세를 받아들이는 사례가 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세입자들이 전세시장에 머물기 위한 비용 부담도 상당해졌다”면서 “전셋값이 오르면서 대출 여력이 안 되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좁혀진 것”이라고 말했다.

집주인 입장에선 보증금을 올려도 예금 금리로는 기대할 만한 수익을 거두기 어려우며, 최근 급증한 보유세 부담까지 고려하면 월세를 더 받는 게 유리한 상황이 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주택자와 달리 다주택자는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해 보유세를 산정하고 세율도 높다”면서 “임대인은 월세를 더 받아 매몰비용이나 운영비용을 충당하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서울은 올 들어 매매보다 전세에서 최고가 거래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그만큼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는 것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일부 수요자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 월세시장의 추이를 잘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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