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널뛰는 선물시장, 실물경제·증시 치명적 위협으로
원자재·상품 투기거래 횡행
물가·금리 동시에 끌어올려
비용 부담에 소비·경기위축
에너지·비료株 등 반사이익

[헤럴드경제=양대근·김현경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병목 장기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여파로 원자재·상품 선물 시장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선물시장의 불안이 가계와 기업 등 실물경제와 주식시장 등에 연쇄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통상 선물시장은 현물가격의 급변동 위험에 대한 헤지(방어) 기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잇따른 악재로 선물가격이 급변동하면서 중개인들이 거래 자체를 꺼리게 되고, 소수 참여자가 시장 가격을 좌우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다시 커지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는 모습이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천연가스·원유 선물가격은 올 들어 이날까지 각각 79%, 34% 급등했다. 석탄을 비롯해 구리·주석·휘발유·디젤(경유)·프로판 선물 가격 등은 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식량도 대두유(콩기름)·카놀라유·유채씨유·팜유·밀·귀리 선물 등이 기존 최고가를 넘어서며 유례없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아연과 대두, 냉동 삼겹살 등도 최고 기록에 근접한 상황이다.

WSJ은 “현대 무역이 시작된 이래 그 어떤 시기보다 강력한 원자재·상품 가격의 랠리가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면서 “이 같은 상황은 소비자에게 높은 가격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게도 금리 인상이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선물가격의 변동성이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주요 글로벌 거래소들은 선물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내야 하는 증거금을 큰 폭으로 올렸고, 이 때문에 일부 중개인들이 파산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장 자체가 위축되는 악순환이다.

실제로 브렌트유의 경우 다음달 선물을 계약하기 위한 증거금이 배럴당 11.92달러에 달한다. 이는 1년 전 대비 2배 이상 폭등한 것이다. 같은 기간 현물가격이 배럴당 63달러에서 115달러 수준으로 급등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JP모건의 트레이시 앨런 상품시장 전략가는 “현재 에너지·농산물·금속 등의 재고 보유량은 전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에 있다”며 선물시장의 혼란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선물시장의 불안이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년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영향이 미국 소비지출의 1.9%정도로 추정되는데, 1990년 걸프 전쟁 당시 유가가 두 배로 뛰었을 때의 1.2% 보다 높다”면서 “원자재와 상품 가격 상승이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을 제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상황에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더 높은 금리는 더 많은 기회비용을 요구해 주식 투자의 매력을 감소시킨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혼란 속에서 떠오르는 수혜주도 있다. 에너지, 비료, 기타 원자재 생산 관련 주요 기업들이다. 이들은 S&P500 올해 수익률 상위 21개 종목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bigroo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