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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DMZ 보전, 황금 알 낳는 거위를 살리자

비무장지대(DMZ)는 정전협정에 의해서 설정된 폭 4km, 길이 250km의 좁은 띠로 이뤄진 육상지역이다. DMZ는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없는, 지뢰로 가득 찬 위험한 장소지만 전쟁으로 오히려 자연이 되살아난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여서 내가 아는 많은 외국의 자연보전전문가들은 한국을 방문하면 DMZ를 한 번은 꼭 보고 싶어한다. DMZ 일원은 많은 한국특산종과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우리나라 전체 관속식물의 40% 이상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국립생태원은 최근에 철원지역을 중심으로 지뢰의 위험을 무릅쓰고 DMZ 내부 생태조사를 실시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환경부에서는 우리나라의 생태축 보전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남북으로는 험준한 산악지형의 백두대간이 있어 그 역할을 하지만 육상 동서 생태축은 없었는데 다행이도 DMZ가 이제 그 역할을 수행한다. DMZ는 생태적으로는 습지로서의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 우리나라의 습지는 메워지고 농경지로 바뀌어 계속 감소됐는데 DMZ는 이와 반대로 한국전쟁 이전의 논이 자연습지로 되돌아가서 지금은 두루미를 비롯한 국제적 멸종위기조류의 필수적인 서식지로 됐다. 습지는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습지의 토양은 산림토양보다 탄소를 몇 배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는 훌륭한 탄소흡수원으로서의 역할도 한다. DMZ 중에서도 서쪽 시발점인 서부의 파주 사천강 유역, 중부의 연천 임진강 유역, 그리고 철원 한탄강 유역은 자연적으로 복원된 습지가 잘 발달돼 있다.

환경부는 DMZ를 한반도 생물다양성의 보고 및 동서 생태축으로 보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여러 부서에서 DMZ를 보는 시각은 매우 다양하며 이러한 차이와 이해관계로 인하여 통일 후에 DMZ를 어떻게 보전하고 관리해야 할지 수십년째 청사진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일부 국민은 현재 그대로의 보전을 주장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통일이 이루어지면 곧바로 지뢰와 철책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요구를 다 수용하려면 DMZ가 5개가 있어도 모자랄 것 같다.

이러한 다양한 의견과 요구에 대한 해결책은 없을까? 많은 사람은 자연을 우리 자신과 후손들을 위하여 은행에 저금한 원금으로 생각하고 이자로만 살아갈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논리는 DMZ에도 해당될 것이다. 만약 DMZ를 절대로 헐어 써서는 안 될 원금으로 생각한다면 필요한 사업은 이자로, 즉 DMZ 밖의 민통선과 그 이남의 민남지역에서 수행한다면 모든 갈등이 해결될 것이다.

현재 DMZ 보전에서 우려되는 점은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민통선이 계속 축소되고 이에 함께 민통선 내의 자연생태계가 불법 개간되어 민통선의 DMZ 완충지역으로서의 역할이 위험에 처해지고 있다. 한편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에서도 환경영향평가 위원들의 의견이 무시되고 DMZ 바로 옆 장단반도 습지의 민통선지역을 통과하도록 노선이 선정되어 있다. 물론 DMZ가 당장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국민들에게 무형, 유형의 혜택을 많이 줄 것임은 틀림없다. 민통선의 북상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몸통을 위험하게 하며 도로 건설 등으로 인한 민통선 민감지역의 훼손은 거위의 털을 뽑는 행위와 비슷하다.

DMZ의 특성이 사라지면 지금과 같은 신비로움과 인기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독일은 통일이 되자마자 베를린 장벽을 망치로 깨드리고 제거했는데 지금은 이를 매우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통일 후에도 지뢰, 철책 등 현재의 특성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희망한다. DMZ라는 장기적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아울러 거위의 깃털도 잘 보호했으면 한다.

조도순 국립생태원 원장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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