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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코인거래소, 떼돈 벌고도 이용자 불편 외면

[헤럴드경제=박이담 기자] 가상자산 관련 커뮤니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곳 중 하나다인 네이버 카페 ‘비트맨’에는 이달 들어 트래블룰(Travel rule·자금이동규칙) 관련 글 폭주하고 있다.

3월 25일부터 트래블룰이 시행되면서 가상자산 입출금 때 송신자와 수신자의 신원 정보를 파악해야하는 법적 의무가 발생했다.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솔루션 도입 작업에 나섰다. 사전에 외부 지갑을 등록하는 등 새로운 매뉴얼을 만들었고, 투자자들은 이를 따르기 위해 불편과 혼란을 겪어야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거래소들 간 트래블룰 솔루션 연동까지 지연됐다. 트래블룰 시행 직전까지 연동엔 문제가 없다더니 막상 시행일에야 연동시기를 한 달 늦췄다. 최대 거래소 업비트의 트래불룰 솔루션인 베리파이바스프(VV)와 빗썸, 코인원, 코빗의 코드(CODE) 연동은 이달 25일에야 완료된다. 업비트에서 다른 거대 거래소로의 입출금이 어려워졌다.

트래블룰 연동 지연은 기술적인 이유 외에도 국내 거대 거래소들 간의 ‘불협’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지난해까지만 해도 거래소들은 트래블룰 솔루션 공동개발에 나섰지만 업비트가 중간데 독자 솔루션 개발로 돌아서면서 연동이 필요한 구조가 됐다. 이후에도 양대 거래소들의 개발사 간 기싸움은 계속됐다. 트래블룰에 블록체인 시스템 적용을 두고도 이견이 있었고, 트래블룰 시행을 코앞에 둔 지난달 초에야 합의점을 찾았다. 다투다 보니 시행일까진 개발 일정이 너무 촉박했다. 연동 지연은 예견된 일이었던 셈이다.

이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한 거래소들간 갈등의 원인은 ‘탐욕’이다. 거래소들은 자사 플랫폼에 이용자들을 묶어두어야 이익이다. 트래블룰 솔루션이 원활하게 연동되면 다른 거래소로 이용자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솔루션 연동이 지연되도 이미 시장점유율 80% 이상인 업비트가 입는 손해는 별로 없다. 지난해 업비트 모기업인 두나무는 3조7000억원, 빗썸코리아는 78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용자들이 거래를 위해 내는 수수료가 주 수익원이었다.

연동지연의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 몫이다. 가상자산을 옮기려던 투자자들은 트래불룰 적용을 받지 않는 100만원 이하 금액을 반복해 출금하거나 외부 지갑 등으로 우회해 거래하는 등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지난해 어마어마한 실적으로 업비트와 빗썸코리아 직원들은 1인당 3~4억원의 급여와 복지 혜택을 누렸으면서 정작 그들에 돈을 내 투자자 불편에는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다른 자산 투자자들에 비해 정보에도 변동성을 즐기는 모험심이 강하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 정보 공유도 활발하다. 일부 거래소들이 자신들로 인해 수 조원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자신들의 돈 벌이에만 골몰해 이용자들을 ‘호구’로 아는 거래소들을 계속 이용할 정도로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어리석지 않다. 가상자산거래소들에 미비한 내부통제 이해상충방지, 건전성 규제 여론이 높아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parkid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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