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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우스 인사이트] 긴축에 대한 공감대
서정훈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수석연구위원
서정훈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수석연구위원.[삼성증권 제공]

1분기 국내 증시에는 다수의 이벤트가 동시다발로 반영되면서 상당한 언더슈팅(단기간의 급락현상)을 경험했다. 악재가 여전한 상황이지만 투자자의 내성도 그만큼 공고해졌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과도했던 하락분 만큼은 되돌릴 여지가 있을 것이다. 연 초 고점 대비 MSCI KOREA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은 현재 약 15% 가량 하락한 상태다(10.9배 → 9.3배). 그간 악재의 프록시(Proxy)로 기능했던 국제유가의 상방이 제한되어 있음을 고려한다면, 절반 정도의 멀티플 반등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겠다. 원화 환율 역시 과매도 구간 진입 후 일부 회복했지만, 여타 아시아 통화 대비 하락폭이 여전히 깊다. 이와 함께 코스피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2016년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저가 매수를 노린 이들의 유입세를 예상해볼 법하다. 적어도 연속된 매도세는 점점 잦아들 수 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위원들의 매파적 커뮤니케이션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 전반은 그마저도 잘 소화하는 모습이다. '50bp 단위의 금리인상', '양적긴축의 조기 집행' 등 거친 언사들이 다수의 연준 위원을 통해 회자되는 중이나, 증시의 발작은 아직 부재하다. 그 배경에는 선반영된 효과를 간과할 수 없으나, 고강도 긴축에 대해 시장 스스로도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실제 높은 물가 수준은 공급단의 문제가 아닌 강력한 수요측 요인이 함께 작용 중이다. 이를 통제하기 위해선 금융적인 압박이 분명 가해져야 하겠다. 더불어 긴축이 진행되더라도 경기가 다시 후퇴할 만큼 유약하지 않다는 사실도 자리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역설한 바와 같이 현재 노동시장은 매우 강건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실체화될 것이라면, 고용 악화 조짐이 조금이라도 감지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주 발표된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196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3.8%의 실업률을 두고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히 긴축도 소화 가능하다봐야겠다.

지난주 발표된 3월 구매관리자지수 속보치(Markit 기준)도 제조업과 서비스업 공히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선진국 다수가 동반 개선 흐름을 나타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우크라이나 이슈로 기업들의 부담이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비용 측 영향도 제한됐고 가동률 개선세는 지속되는 모습이었다. 실물 경기 여건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면, 금리 레벨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증시의 상승은 도모할 수 있다. 예전 같은 적극적인 멀티플 확장은 요원하겠으나, 최소 실적에 비례하는 주가 상승을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니라고 본다. 초기 반등 구간에선 단순 낙폭과대 종목을 우선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 단계에서는 지극히 실적 기반의 종목별 장세를 고려함이 옳겠다.

연 초 대비는 물론, 최근 1개월간 영업이익 개선이 두드러진 업종은 반도체 부문이다. 메모리 가격 반등 기대감이 최근 구체화되는 만큼, 관심을 지속할 필요가 있겠다. 시장 전체의 리스크 오프(risk-off) 구간 동안 해당 업종에 외국인들의 매도가 많았다는 점은 수급 빈집 효과 측면에서 현재 유리한 요소가 된다. 이와 함께 원자재 가격 상승이 최근 중간 소재 가격 상승으로 착실히 이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국내 소재 업종의 마진 개선 기대감도 충분히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철강·금속을 비롯해 화학과 에너지 업종에 대한 관심이 유효하겠다. 향후 기대되는 중국 정책 모멘텀에도 소재 업종은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miii0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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