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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형의 현장에서] 카드수수료 힘겨루기에 소비자는 뒷전

3년마다 불거지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논쟁이 카드업계의 화두로 다시 떠올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기존보다 0.1~0.3%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카드사들이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지 않는 일반가맹점을 상대로 수수료율을 인상하자 일반가맹점들은 카드업계가 수수료 인하 손실분을 자신들을 통해 만회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수수료 수준을 놓고 가맹점과 카드사 간 입장차가 첨예하다. 일반가맹점은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가 더 높아야 하는데도 낮게 책정돼 있다고 주장하고, 카드사들은 영세 가맹점 96%가 우대수수료를 적용받는 상황에서 수수료 인하 범위를 더 넓히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올해 수수료율 협상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판매 사업이 적자여서 가맹점 탈퇴로 결제 건수가 줄어들면 카드사는 오히려 손실분이 줄어들고, 가맹점은 높은 수수료를 책정한 카드사를 결제카드에서 배제해도 타 카드사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먼저 패자가 될 이유가 없다.

카드수수료 논쟁의 기원은 꽤 많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의정부 당시 내수 진작과 과세 양성화를 기치로 내걸고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면서 ‘의무수납제’가 도입됐다. 카드 가맹점이 카드 결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현금 이용자와 차별하지 못하도록 했다. 정부는 지난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 카드사 원가 분석을 통해 가맹점이 부담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적격비용’을 수수료율에 반영토록 했다. 3년마다 이를 재산정해 새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소비 진작과 세수 확보를 위한 정부의 제도 도입 이후 정부의 지속적인 과도한(?) 관심이 가맹점들과 카드사 간 수수료 논쟁의 단초가 되는 형국이다.

지금처럼 정부가 수수료를 정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작 금융당국은 20대 대선이 끝나자 6월 지방선거 일정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산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정치권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당장 금융소비자는 평소 사용하던 카드를 마트에서, 주유소에서 사용하지 못함으로써 겪어야 하는 불편함을 하소연할 곳이 없다. 일반인들의 이용이 많은 중대형 마트, PG(전자결제대행)사, 주유소까지 가세하면서 수수료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금융위는 적격비용 산정 제도 개선을 위한 TF만 출범시키고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영세·중소형가맹점은 시장원리에 따라 수수료율을 정하고, 대형 가맹점은 하한선을 만들어 수수료 인상을 거부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개입 근거로 작동해 온 의무수납체 폐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오는 10월에는 TF 결과를 내야 한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굵직한 정치 일정이 끝난 시점이다. 정치권 입김을 의식한 제도 수정 대신에 관련 당사자들이 윈윈하는 방안을 도출하기를 금융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해본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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