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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훈의 현장에서] 속도조절 필요한 새 정부, 대출규제 완화

이번 대선은 ‘부동산 대선’이라 불릴 정도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실정에 대한 심판 성격이 컸다. 새 정부는 집값을 안정시키고 내 집 마련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게 국민이 부여한 숙제다.

이에 현 시점 가장 주목받는 것은 대출 규제다.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는 금융위원회 고시로 정하고 있어 복잡한 입법 절차 없이 행정예고를 거쳐 즉각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해 ‘대출 절벽’을 야기한 금융사 대출총량 규제는 법적 근거 없이 당국의 구두개입으로 이뤄진 ‘그림자 규제’이기에 정부 입장만 바꾸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윤석열 당선인도 지역과 상관없이 LTV를 70%로 통일하고, 생애 첫 주택 마련인 경우는 80%까지 대출을 해주는 등 대출 규제 완화를 약속한 바 있다. 다주택자만 보유 주택 수에 따라 LTV를 40% 이하로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기존에 전국을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으로 나눠 규제하던 방식을 근본부터 바꾸는 것이다. 현재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LTV는 ▷9억원 이하 주택에 LTV 40% ▷9억~15억원 주택은 9억 이하 가격은 40%, 9억 초과 가격은 20%, ▷15억원 초과 주택은 LTV 0%가 적용되고 있다. 조정대상지역은 9억원 이하 LTV 50%, 9억원 초과 30%이며, 비규제지역은 70%다. 이는 과도한 대출 증가를 막는 등 리스크 관리에 기여한 면이 분명 있지만 뒤늦게 내 집 마련을 하고자하는 이들의 자금조달을 막아 ‘사다리 걷어차기’(지붕 위에 먼저 올라간 사람이 밑에서 더는 올라오지 못하게 사다리를 차버린다는 뜻)라는 비판이 컸다. 기존 세대는 집값 쌀 때 대출 많이 받아 집 사놓고, 청년층은 대출을 막아 내 집 마련을 막았다는 세대 갈등의 핵심이다. 이에 적절하게 대출을 풀어 내 집 마련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합당하다.

문제는 속도다. 현 대출 규제는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 걸쳐 수년간 조금씩 해온 것이 누적된 결과다. ‘현 정부는 스물세 번의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지만 모두 실패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이는 뒤집어 말하면 시장 충격을 고려해 조금씩 천천히 규제를 확대·강화했다는 얘기도 된다. 만약 이를 일거에 원상복구시킨다면 엄청난 유동성에 시장 충격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주택 공급 속도도 고려할 문제다. 윤 당선인은 주택 공급을 약속했지만 집을 완성하기까지는 적어도 몇 년 필요하다. 게다가 재건축 규제 완화는 수년 후 주택 공급 효과는 있겠지만, 당장 몇년간은 집을 부숴야하기 때문에 공급이 외려 줄어드는 효과를 낸다. 집은 줄어든 상황에서 유동성을 풀어버릴 경우 집값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수 있다.

윤 당선인은 LTV 규제를 언제 어떤 속도로 완화할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또 소득에 따라 대출을 제한하는 DSR 완화 여부도 명시적으로 언급한 바 없다. 공약을 이행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어떤 속도로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더 필요해 보인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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