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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대한민국 문화플랫폼이 가야 할 길

최근 충북 옥천군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다. 1960년대 중반에는 11만명을 웃돌던 인구 수가 2000년대 초 6만명으로 떨어지더니 20년이 지난 1월에는 5만명 선마저 붕괴됐다는 것이다. 지역민 10명 중 3명이 65세 이상 노년층이며, 사망자 수가 신생아 수의 4배가 넘는 옥천군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89개 인구감소지역 중 한 곳이다. 지방 소멸의 우려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국 시군구 288개 중 46%인 105개가 소멸 위험지역이다. 지역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사람들과 거주지가 사라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켜켜이 축적돼온 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의 증발을 의미한다.

문화는 지역사회에서 취약의 영역이다. 문화예술 인프라는 수도권에 편중돼 있고, 지역에서도 문화시설을 꾸준히 확충하고 있지만 대도시와 비교했을 때 시설당 수용 인원 수가 많고 지리적 접근성도 상대적으로 나쁘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자체적인 문화정책 수립과 사업 추진이 요구되지만 전문성과 예산 부족으로 쉽지 않다. 지역 간 문화예술 향유 편차는 지속되는데 지역 자체에서 이를 개선시킬 방법은 요원하다. 게다가 지속적인 지역 인구의 감소는 지역문화 보존에도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다. 지역 권한과 자율성을 키우는 정책 전환과 동시에 지역 간 문화 편차를 약화시키면서 문화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거시적 차원에서의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시도 광역, 기초자치단체 곳곳에 자리 잡은 지방문화원, 문화재단, 문화예술회관 등 문화예술 관련 기관과 단체들은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들은 전국 곳곳에 분포하며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는 중앙기관이 별도로 존재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자체 사업을 기획·추진하면서도 타 기관의 공모사업에 지원해 사업을 수주받아 수행함으로써 지역민의 문화 혜택 범위를 넓힌다. 지역의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해 중앙부처의 정책사업들을 원활히 수행하는 좋은 창구도 되며, 동시에 이들 기관과 단체를 매개로 해 지역문화의 발굴과 수집·보존이 이행되기도 한다.

지방문화원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전국 231개 기초자치단체에 뿌리를 내린 대표 지역문화단체다. 지역주민들의 수준 높은 문화예술 함양을 목표로 문화학교를 운영하며, 향토문화 발굴과 수집·보존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향토서적을 발간한다.

또한 지방문화원진흥법에 따라 중앙의 한국문화원연합회, 16개 시도문화원연합회와 협력관계를 맺어 문화사업 수행, 행정 실무 등에 대한 도움도 받는다. 이런 네트워크가 정부 주도의 하향식 사업 추진에만 활용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지역별 문화 편차를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며, 지역의 문화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자구책이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지역문화 플랫폼으로서 각 지역에 산재한 문화자료들을 한데 모아 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잇는 획기적인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문화원 원천콘텐츠 발굴 지원’ 사업은 지방문화원이 축적해온 주요 지역문화자료들을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콘텐츠로 서비스한다. 2030년이면 1700조 규모의 급성장이 예상되는 AR, VR, 메타버스 등 신기술 활용까지 접목된 콘텐츠는 일반인들에게 지역문화 경험의 기회를, 산업계와 학계엔 지역문화산업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멸 직전의 지역사회에서 문화를 통해 노다지를 캐내는 셈이다.

문화원연합회는 올해 60주년을 맞았다. 지역사회 존립 자체가 위기에 처한 현 시점에 지역 간 긴밀한 네트워킹과 단합은 필수적이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231개 지방문화원과 함께 지역사회의 성장동력을 찾아냈고 앞으로도 대한민국 문화 플랫폼으로서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태웅 한국문화원연합회장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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