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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호시우보(虎視牛步)가 필요할 때

연초 기관장이나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신년사에는 한자성어 ‘호시우보(虎視牛步)’가 자주 등장했다. 올해가 검은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壬寅年)’이다 보니 호랑이가 들어간 이 한자성어가 자주 회자된 모양이다. 호시우보란 ‘사물을 볼 때는 호랑이가 먹이를 보듯 예리하게 살피고 행동할 때는 소가 걷듯 신중하고 우직하게 한다’는 뜻으로, 위기의 상황을 신중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을 때 쓰이는 관용어다.

조직의 장(長)들이야 연초마다 늘 위기를 강조하며 직원들의 사기를 독려(?)하지만 사실 올해는 유독 간과할 수 없는 지뢰밭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글로벌 물류대란, 이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의 문제가 오히려 악화되는 양상이다. 덕분에 소비자물가지수가 10년 만에 5개월 연속 3%를 상회하는 등 고공 행진 중이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서 더 상황은 나빠졌다. 우리나라의 대(對)러시아 교역 규모가 지난해 기준 수출은 전체 교역의 1.5%, 수입은 2.8%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 전쟁의 영향은 예상 외로 크다.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았던 해상물류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시베리아횡단철도(TSR)가 일부 운영이 중단되면서 유럽행 수출이 또 한 번 타격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 수출길이 막히면 원자재 가격이 폭등할 수도 있다. 러시아 수출에서 원유나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이 높아진 상황에서 러시아의 수출 금지는 가격 폭등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남의 나라 전쟁’이 더는 ‘남의 일’이 아닌 셈이다.

국내에서는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가 연이어 치러지면서 곳곳에 돈이 풀리고 있다. 물가가 3%대로 높은 상황에서 선거로 인한 유동성 확대는 물가 인상을 자극할 수 있다. 특히나 대선주자들의 선심성 공약들은 모두 대규모의 국가 예산이 들어가야 하는 정책들이라 누가 되든 물가 인상이 불 보듯 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와 함께 물가 인상 우려에 따른 중앙은행의 긴축 움직임은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단시간 내에 급증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 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원자재 가격과 해상운임, 세계 식량지수 등의 급등은 정부도 통제할 수 없다 보니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고 있다. 새로운 대통령이 물가 잡기에 우선적으로 나선다 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나 우리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60%에 육박해 다른 나라들보다 글로벌 변수에 더욱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대외 변수의 영향에 대비해 글로벌 생산기지를 확대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마른 수건까지 비틀어 짠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사실 한계가 있다. 갑자기 떨어지는 소나기는 일단 피해야 하듯 지금은 어느 때보다 위기 관리가 중요하다.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보고, 소처럼 우직하게 움직이는 호시우보의 자세가 절실한 때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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