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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도 흥행 장담 못 한다…청약시장 ‘옥석가리기’ 가속화 [부동산360]
서울서 1년 반만에 1순위청약 미달단지 등장
‘묻지마 청약’도 옛말 고분양가에 수요자 외면
입지·분양가 따라…청약시장도 양극화 전망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올 들어 주택시장 내 관망세가 짙어진 가운데 청약시장에선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집값 상승세 속에 ‘청약 광풍’이 불었던 서울 청약시장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입지와 분양가, 중도금 대출 여부, 주택형에 따라 단지별로 희비가 엇갈린 모습이다.

서울 남산에서 내려본 아파트. [연합뉴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에서는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아파트 청약 1순위 미달 단지가 등장했다. 이달 2일 1순위 청약에 나선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는 주택형 22개 중 6개에서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했다. 19㎡B(이하 전용면적) 주택형은 6가구 모집에 해당지역에서 단 한 명도 신청하지 않았고, 1순위 청약에서는 145가구 모집에 601명이 접수하는 데 그쳤다.

서울에서 1순위 청약 미달 단지가 나온 건 2020년 9월 동대문구 장안동 ‘장안에스아이팰리스’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그 사이 정당계약까지 이어지지 않아 무순위 청약 물량이 나온 적은 있어도, 청약 단계에서부터 미달 물량이 나온 사례는 없었다.

이 같은 청약 미달 사태는 높은 분양가에 더해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면서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단지는 강북종합시장을 재정비해 216가구를 후분양으로 공급하는 단지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았다.

고분양가 논란이 일자 분양가를 조정해 재공급에 나섰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의 분양가와 9억원이 넘는 주택형에 대한 중도금 대출 우려, 상가·빌라·재래시장 등으로 둘러싸인 입지, 일부 원룸형 구조 등이 청약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고 분양가는 78㎡의 11억4780만원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 폴라리스’의 84㎡ 10억3100만원보다 높았다.

반면 소규모 단지임에도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와 입지가 부각된 단지는 여전히 청약 열기가 뜨거웠다. 영등포구 영등포동2가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영등포’는 지난달 23일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57가구 모집에 1만1385명이 몰려 평균 199.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49~59㎡의 최고 분양가가 5억4927만~6억71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이달 3일 발표된 당첨 커트라인(최저점)은 59점, 최고점은 78점으로 고가점 통장이 대거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78점은 무주택기간 15년(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4년(16점), 부양가족수 5명(30점)을 충족해야 나올 수 있는 점수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4개 단지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42.6대 1로 집계됐다. 지난해 서울의 평균 경쟁률이 163.8대 1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청약 열기가 한풀 꺾인 것이다. 세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는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영등포’(199.7대 1)뿐이었고 ‘북서울자이 폴라리스’(34.4대 1), ‘신영지웰 에스테이트 개봉역’(22.1대 1), ‘칸타빌수유팰리스’(4.1대 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대선 변수 등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관망세가 확대된 가운데 청약시장에서도 수요자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분양한 단지들은 중도금·잔금대출 시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는 데다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도 상당하다는 점에서 지난해와 같은 ‘묻지마 청약’도 쉽지 않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집값 하락은 물론 청약에서도 미달사태가 나타나면서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분양만 했다 하면 완판 됐던 지난해와 다른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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