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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發 고물가, 이달부터 본격 상륙…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대립 격화시 물가 4%·성장률 2%대 가능성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발(發) 물가 충격이 이달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강타할 전망이다. 국제시장에서 나타난 원유와 천연가스, 곡물가격의 급등 쓰나미를 우리 국민이 직접 체감하게 되는 것이다.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이 더 격화될 경우, 우리 경제의 주력 엔진인 수출마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이로써 성장이 주저앉는 가운데 물가가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부쩍 늘고 있다.

6일 경제계에 따르면 학계와 시장에선 3월을 기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늘고 있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지난해 11월 이후 박스권(3.6∼3.8%)에 머물렀지만, 3월에는 박스권을 뚫고 4%대로 올라설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4%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여 동안 나타난 적이 없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4%대 물가의 서막을 여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 등 공급 측면의 압력에 서비스 등 수요 측면 압력이 가세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미 3% 후반대로 튀어 오른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곡물 가격 급등세가 국내에 전달되면 4%대 물가 상승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국내로 들여오는 원유인 두바이유 현물 가격(싱가포르 거래소)은 4일 기준 배럴당 108.84달러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90달러 안팎이었음을 고려하면 20% 급등한 수치다.

동북아 지역 LNG 가격 지표인 JKM은 같은 기간 100만BTU(열량단위) 당 25달러 선에서 38.65달러(4일 종가)로 50% 이상 급등했다. 밀 가격 역시 같은 기간 50% 안팎 올랐다. 최근엔 쌀 등 여타 곡물가격까지 덩달아 오르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한 원자재 가격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직접 전달될 때까지 약 한 달의 시차를 예상한다. 국제 원자재 시장의 가격이 수입 물가에 영향을 준 이후 생산자 물가를 끌어올리고 이후 소비자물가로 전달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국내 비축 원자재 물량이 있지만, 사태의 지속기간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방출량을 함부로 늘리기는 어렵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점이 2월 말이었음을 고려하면 3월 후반으로 진행되면서 국내 물가에도 본격적인 영향이 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나 곡물가격은 다른 상품·서비스의 원재료가 된다는 점에서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을 가져올 수 있는 요인이다.

올해 연평균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기본적으로 3%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물가가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이면서 2.2% 오를 것으로 봤지만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전망치를 3.1%로 끌어올렸다. 한은의 전망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전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시점에선 과녁판이 좀 더 상향조정됐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또한 정부는 3.1%, 한국은행은 3.0%를 내놓고 있지만, 2%대로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서방과 러시아 간 보복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전 세계 교역량을 위축시킬 경우 수출 주도의 한국 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가 상승률은 최소 3% 이상으로, 경제 성장률은 2%대 후반으로 낮아지는 상황으로 본다"면서 "정부가 지난해 말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성장률 목표치와 물가 전망치는 바꿔야 할 국면 같다"고 말했다.

경기는 침체하는 가운데 물가는 높아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성대 김상봉 교수는 "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떨어지고 물가가 4% 정도 나오면 우리나라에도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을 맞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공급망 등 문제 때문에 안 그래도 전 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나왔는데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정민현 부연구위원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공급이 줄지 않아 아직 에너지 공급 충격이 현실화하지 않았다"면서 "경제주체의 합리적인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의 공급 충격이 있고 그런 충격이 장기화한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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