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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 찬스’로 57억원짜리 집 산 17세…위법 의심거래 3700여건 적발
고가 주택 실거래 상시 조사 결과 발표
편법증여·법인명의신탁 등 위법 의심거래
경찰청·국세청·금융위 등 관계기관 통보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 지난해 미성년자인 A(17)씨는 서울 소재 아파트를 약 57억원에 매수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 14억원을 부모로부터 받은 것으로 의심돼 국토교통부가 국세청에 편법 증여 의심 사례로 통보했다.

# 30대 B씨는 용산의 한 아파트를 77억5000만원에 사들이면서 이 중 64억원을 어떻게 조달했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국토부는 이 역시 편법 증여가 강하게 의심된다고 판단해 B씨의 거래 관련자료를 국세청에 넘겼다.

이처럼 시가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을 매매하면서 편법 증여나 법인 자금 유용, 법인 명의신탁 등 각종 위법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거래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연합]

국토부는 2020년 3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신고된 9억원 이상 고가 주택 거래(7만6107건) 중 이상 거래 7780건을 선별해 조사한 결과, 위법 의심 거래 3787건을 적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에 파악된 위법 의심 유형(중복 가능)은 ▷법인 명의신탁, 불법 전매 등 6건 ▷편법 증여, 법인 자금 유용 등 2670건 ▷대출 용도 외 유용 등 58건 ▷계약일 거짓 신고, 업·다운계약 등 1339건이다. 이 같은 사항은 각각 경찰청, 국세청, 금융위원회·행정안전부, 관할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됐다.

이 중 편법 증여는 30대(1269건)에서 가장 많이 적발됐고, 40대(745건), 50대 이상(493건), 20대(170건), 미성년자(2건) 등이 뒤를 이었다. 미성년자의 경우 앞서 17세 A씨의 사례를 비롯해 5세 어린이가 부산 소재의 아파트를 약 14억원에 매수하면서 조부모로부터 5억원을 편법 증여받은 사례 등이 적발됐다.

편법 증여에 더해 법인 자금을 유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무더기로 나왔다.

20대 C씨는 부친의 지인으로부터 서울 소재 아파트를 약 11억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매도인의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매수인 C씨 대신 그의 부친이 채무 인수 등 모든 조건에 합의했으며 C씨는 인수한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이 사례를 명의신탁 의심 사례로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 수사 결과, 명의신탁 등의 혐의가 확인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부친이 대표인 법인으로부터 아파트 매수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도형. [국토교통부 제공]

서울 강남 소재 아파트를 29억원에 매수한 D씨는 부친이 대표로 있는 법인으로부터 약 7억원을 조달한 것으로 드러나 법인 자금 유용과 편법 증여 혐의로 국세청에 통보됐다. 국세청은 탈세 혐의가 확정되면 세무조사를 통해 가산세를 포함한 탈루세액을 추징한다는 계획이다.

E씨는 강남의 한 아파트를 41억원에 매수하면서 본인이 대표인 법인의 자금으로 16억원을 조달하는 등 법인 자금 유용이 의심돼 국세청에 통보됐다. F씨는 부산 소재의 아파트를 29억원에 사들이는 과정에서 기업자금대출(운전자금 용도)로 받은 30억원 중 일부를 사용한 정황이 포착돼 금융위에 통보됐다.

이번에 적발된 고가 주택의 위법 의심 거래 대다수는 서울 강남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에서 361건이 적발돼 가장 많았고, 이어 서울 서초구(313건)와 성동구(222건), 경기 성남시 분당구(209건), 서울 송파구(205건) 등의 순이었다. 이 지역들은 전체 주택거래량 대비 위법 의심 거래비율도 높았다. 해당 비율은 강남구(5.0%), 성동구(4.5%), 서초구(4.2%), 경기 과천시(3.7%), 서울 용산구(3.2%) 등의 순이었다.

국토부는 앞으로도 거래 신고 내용을 상시 모니터링해 이상 거래에 대한 엄밀한 조사와 분석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법인의 다주택 매수행위나 미성년자 매수 및 부모·자녀 등 특수관계 간 직거래 등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기획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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