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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사라진 관광객, 높은 임대료에 명동 절반이 공실…“권리금은 상상도 못해요”
공실 50% 눈으로 체감…지금 명동은 無권리금 지역
10년전 전성기 대비 임대료도 60% 수준
음식점·화장품 가게 줄폐업…패션·스포츠매장은 선방
외국인관광객들이 매출을 책임졌던 명동 화장품가게들이 줄폐업을 한 모습.[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권리금 그거 몇 억원 받으려고 인건비랑 매달 나가는 임대료를 계속 낼 수가 없죠. 권리금보다 인건비랑 임대료가 더 커요. 명동에선 장사가 안 되면 빨리 접고 나가는 게 현명한 겁니다.”(명동 A공인 대표)

최근 찾은 명동은 두 집 중 한 집이 폐점한 것을 대충 둘러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꼬마빌딩 한 채가 통으로 공실이 나온 것은 예사고, 폐점한 일부 1층 업체들이 유리문에 신문지를 발라놓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까지 조성됐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명동을 찾은 회사원 김 모(28세) 씨는 “급하게 운동화가 필요해서 신발 판매점을 다녀오는 길”이라며 “회사가 근처여도 명동에 올 일이 없었는데 직접 와보니 분위기가 너무 침울해서 빨리 돌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데이터업체 알스퀘어에 따르면 명동의 지난해 4분기 공실률은 50.3%에 달한다. 명동 소규모 상가 절반은 비어있다는 것이다. 인근 광화문(21.7%)과 종로(9.8%)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상황이 이렇자 상인들은 물론 건물 임대인들의 심기도 날카로워졌다. A공인 대표는 “뉴스에서 명동 상권이 침체됐다는 소리를 하도 많이 하니까, 그런 인터뷰에 동조하지 말라고 불호령이 떨어졌다”며 “명동상권에 지금 권리금은 전혀 없고, 임대료도 10년 전에 비해 30~40%가 내린 상태”라고 귀띔했다.

명동 지역의 또다른 공인중개사도 “아무리 명동이 요즘 저물었다고 해도 적정 임대료 수준이라는 것이 있는데 어떤 임차 대기자들은 너무 많이 깎으려고 한다”면서 “임대인한테 말해봤자 성사될 가능성은 없으니 제 선에서 돌려보내는 편”이라고 말했다.

상인들도 줄어든 매출에 표정을 찡그렸다. 한류 인기작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달고나(뽑기)를 파는 한 노점상은 “오늘은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더욱 손님이 없다”면서 “하루에 5만원이라도 벌면 좋겠다”고 체념했다.

폐업이 많은 명동에 새롭게 문을 여는 브랜드도 있다.[헤럴드경제DB]

업종에 따라 부침의 정도는 달랐다. 음식점과 화장품가게는 대부분 문을 닫은 반면, 대형 의류·스포츠 브랜드 매장은 영업을 이어가는 곳이 꽤 있었다. 한 스포츠브랜드 매장 매니저는 “플래그쉽 스토어 등 대형매장으로 들어온 곳들이 많아서 내국인들도 쇼핑을 하러 찾아오기 때문”이라며 “회사 입장에서도 상징성을 위해 유지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 등산 브랜드는 한 달여 전에 명동에 새로 입점했고, 국내 SPA브랜드도 한창 개점 준비중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롭게 문을 여는 곳이 있는가하면 닫는 곳도 있다. 명동 상권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사거리 코너변의 아디다스 명동 브랜드 센터가 곧 폐점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명동에서 아예 뜰지, 다른 점포로 옮겨갈 지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아디다스와 같은)법인들은 입점할 때 권리금을 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면서 “높은 임차료와 인건비에 비해 매출이 너무 안 나와 폐점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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