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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싼 원윳값에…수입 코너 찾는 소비자들
날개꺾인 국내 우유 자급률
국내 생산 원유 남아도는데도
美·유럽보다 2배 가량 가격 비싸
시장원리 무시한 유통구조 원인
“용도별 가격차등제 적용 절실”

우리나라 원유(原乳) 가격이 미국과 유럽에 비해 2배가량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인해 수입가공 유제품 공급량이 국내 생산보다 35만톤(t)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6년부터 미국·유럽산 치즈·시유 관세가 철폐되면 수입산 유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더욱 높아지면서 국내 제품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1년 ℓ당 629원이던 국내 원유 가격은 2020년 1083원으로 72.2%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가격은 ℓ당 439원에서 491원으로 11.8% 오르는 데 그쳤다. 유럽연합(EU) 지역도 393원에서 470원으로 19.6% 상승에 머물렀다. 우리나라 원유 가격 상승폭이 미국의 6배에 달하는 셈이다.

소비자들은 국내 우윳값이 비싸자 외국산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국내 우유 자급률은 급격히 떨어졌다. 흰 우유와 가공 유제품을 합해 2001년 77.3%에 달하던 자급률은 2020년 48.1%까지 추락했다.

자급률 하락에 낙농가 수와 사육 마릿수도 줄었다. 2001년 1만2827가구에 달하던 국내 낙농가는 4929가구로 61.6% 급감했으며, 이에 따라 사육 마릿수도 54만8000마리에서 41만마리로 25.2% 줄었다.

국내 원유가격이 주요국에 비해 비싼 것은 소비 감소에도 가격이 오르는 우유 가격구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낙농가의 생산비와 연동해 원유가격이 결정되는 ‘생산비연동제’를 적용하고 있다. 생산비 연동제는 우유가 부족하던 시절 우유 생산을 늘리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음용유 소비가 감소하는데도 원윳값이 떨어지지 않아 시장경제 원리에 반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장시간 보관이 어려운 우유의 특성을 고려해 유업체가 낙농가의 원유를 전량 사들이도록 한 ‘쿼터제’도 수요가 쿼터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쿼터 내 가격은 수급 상황 및 용도와 무관하게 통계청이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 증감액을 반영해 결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요량이 쿼터에 미치지 못해도 원윳값을 높이는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가공유보다 더 비싼 음용유에 맞춰져 있어 국산 가공 유제품이 값싼 수입 가공 유제품과 경쟁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흰 우유를 만드는 음용유와 치즈·버터에 쓰이는 가공유의 가격을 달리 책정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음용유는 현재 가격 수준을 유지하고 가공유는 더 싼 값을 적용하되 농가 소득이 감소하지 않도록 유업체의 구매량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개편안이 실행될 경우 우유 생산량이 늘어나 자급률이 현재 48%에서 최대 54%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첫해 농가소득은 현 제도를 유지할 때보다 1500억 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농식품부는 내다봤다. 또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의 의사결정 구조도 현행 생산자 중심에서 정부와 학계·소비자단체·전문가 인력을 확대해 중립성을 높이겠다는 개편안도 발표했다.낙농진흥회의 이사회 구성을 현재 15명에서 23명을 늘리고 정부, 학계, 소비자, 변호사, 회계사 측 인원을 추가하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권재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낙농가와 유업체 모두 눈앞의 이익만 보지 말고 20∼30년 후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바람직한 낙농산업에 관해 충분히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무엇보다 당사자인 낙농가와 유업체의 이해가 중요하다”며 “향후 온라인 설명회 등을 통해 생산자단체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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