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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자율주행차와 고용문제

자동차(automobile)는 그리스어 ‘autos(스스로)’와 ‘movere(움직이게 한다)’라는 어원에서 유래하였다. 자동차 이전에는 마차와 인력거가 유용한 교통수단이었다. 하지만 19세기에 증기기관 시대로 접어들면서 자동차에 승객을 빼앗긴 마부들과 인력거꾼들의 일자리가 점점 없어지게 되면서 강한 저항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영국의 경우 마차와 인력거업자들은 증기자동차를 규제하라며 영국 의회에 끊임없이 청원을 넣었다. 마차 업계와 시민 반발을 의식한 영국 의회는 증기자동차에 마차보다 10~12배나 비싼 도로통행세를 물렸다. 그리고 1861년 증기자동차의 최고 속도를 시내에서 시속 8㎞, 교외는 16㎞로 제한하는 ‘기관차량조례’를 제정했다. 게다가 1865년에는 기존 조례를 강화한 ‘적기조례’를 공표했다. 세계 최초의 도로교통법인 적기조례는 증기자동차의 최고 속도를 사람이 걷거나 가볍게 뛰는 정도인 시내에서 시속 3.2㎞, 교외에서 시속 6.4㎞로 제한했다. 영국의 과잉 규제로 번창하던 증기자동차업계에 급제동이 걸렸고 이는 마차와 자동차를 모두 잃는 결과를 낳았다. 일자리가 없어진 영국의 자동차기술자와 사업가들은 미국, 독일, 프랑스 등 해외로 빠져나갔다. 그 결과, 19세기 세계 1위 산업국이던 영국의 지위를 미국과 독일에 내줬다.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제도는 수많은 일자리를 빼앗고 국가의 산업발전도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을 웅변한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주행 환경을 인식해 위험을 판단하고 주행 경로를 계획해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다. 자율주행기술은 크게 5단계로 나눌 수 있다. 0단계는 자율주행 기능이 없는 일반자동차를 말한다. 1단계는 교통 환경에 따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의미한다. 2단계는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 차선 유지 지원 시스템, 후측방 경보 시스템과 같은 기능들이 운전자의 운행을 보조해준다. 3단계는 인공지능에 의한 제한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하나 특정 상황에서는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다. 4단계는 운전자 개입 없이 운행이 가능하지만 일정 지역에선 제한이 있는 단계다. 마지막으로 5단계는 완전자동화 단계로, 모든 환경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단계다. 현재 2단계 자동차가 운행 중이며 3, 4단계의 기술 개발이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10월 발표한 ‘미래 자동차 산업 발전전략’에서 2024년까지 자율주행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율주행차 제작, 성능 검정, 보험 및 보안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리고 2027년까지 4단계 자율주행 구현과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과거 영국의 사례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향후 제도개혁과 더불어 자율주행차의 도래로 영향을 받게 될 직종의 종사자들에 대한 대책이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 우라나라의 운수업 및 창고업 종사자들은 비정규직을 포함해 대략 80만명에 달한다. 그 가족들까지 고려하면 수백만명이 넘는 사람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의 고용과 생계 문제는 차기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김창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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