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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출막혀 보증금 반환 막막…집주인 “복비도 내드려요”
입장 바뀐 집주인과 세입자
전세물건 적체에 집주인들 세입자 모시기
전세보증금 반환 어려워진 집주인 늘어나
일부, 계약금 10% 조기반환 관례도 거절
8월이후 전세 오르면 시장불안 가중 전망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거래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세 시장의 약세 흐름도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2년 5개월여 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일부 지역에서는 역전세난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

“세입자님 모십니다. 급급전세입니다. 입주는 언제든 가능하고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집주인이 냅니다.”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세입자를 구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글)

“전세를 주고 남의 집에서 월세로 살고 있는 1주택자입니다. 세입자 만기가 3월이라 실거주하려고 반환대출을 알아보는 중인데 큰일이네요. 시세 12억원 아파트에 보증금이 5억원인데 대출이 2억원밖에 안 나옵니다. 소득이 연 5000만원으로 적지 않은데 왜 이렇게 어려운건가요.”

서울 아파트 임대차시장이 세입자 우위로 전환되고 있다. 대출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전세 이동 수요가 크게 줄면서 전세물건이 쌓이고 실거래가 하락 거래도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돈줄이 막히다 보니 전세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까지 늘어나는 분위기다.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매매시장에 이어 전세시장도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다만 그간 전셋값이 워낙 오른 데다 월세·반전세가 늘어나고 있고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주기가 돌아오는 8월을 기점으로 시장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역전세난 조짐까지 일부 보이지만, 아직은 임대차시장이 안정을 찾았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급전세 중심으로 하락거래= 3일 업계에 따르면 전셋값 상승 부담과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신규 전세수요가 급감하며 신규 계약에서도 가격이 이전 거래에 비해 하락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물건이 적체되면서 가격을 낮춘 ‘급전세’ 위주로만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자료를 보면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84.05㎡는 지난해 8월 최고 11억4000만원에 전세계약서를 썼지만 이달 들어 최고 거래가가 10억6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부터 신규 계약을 9억원대에 체결한 사례도 여럿이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 전용 84.97㎡의 경우 지난해 12월 보증금 10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되며 신고가 기록을 세웠으나 올해 들어선 8억원에 최고가 금액대가 형성돼 있다. 같은 동 DMC에코자이 전용 59.79㎡도 이달 6억5000만~6억8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는데 직전 최고거래가(7억5000만원)보다 1억원가량 낮은 가격이다. 하루가 다르게 전셋값이 치솟던 지난해와는 분명 다른 양상이다. 남가좌동 인근 A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세를 구하는 사람이 적어 현재 나와 있는 물량 자체가 많은 편”이라며 “세입자를 급히 찾아야 하는 집주인이 호가를 낮추다 보니 같은 평형도 최고가와 최저가가 2억원 가까이 차이가 날 정도로 벌어졌다”고 말했다.

일선 공인중개사들은 세입자 모시기에 나선 집주인이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자금 융통성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의 경우 가격을 낮추는 것은 물론 부동산 중개수수료 대납 등의 추가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고덕동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갱신계약이 많은 반면 신규계약 문의는 거의 없다”며 “시세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호가를 낮춘 물건이 거래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증금 반환도 비상=올해부터 강화된 DSR 규제로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도 상당하다. 특히 소득 대비 반환해야할 전세보증금이 클수록 잔금 마련에 골머리를 앓는 분위기다. 1금융권 대출로 2억원까지 밖에 못 빌리는 경우 나머지 금액을 제2금융권을 통해 융통하기도 한다.

실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호금융, 보험, 저축은행 등 2금융권 가계대출은 35조9000만원 늘어 전년 11조5000억원에 비해 3배 넘게 증가했다. 2금융권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면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된다. 오는 7월부터는 차주별 DSR 적용대상이 총대출 2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더욱 강화돼 2금융권 이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집주인들 중에는 플랜B를 고민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서울 1주택자이자 세입자인 김 모씨는 “지난해 집값이 많이 올라 반환대출(시세의 40%)을 받으면 전세보증금을 충분히 내줄 수 있다고 봤는데 DSR규제 때문에 한 번 더 전세를 돌리면서 2년 더 남의 집 살이를 할 판”이라고 했다. 1금융권 대출을 받고 부족한 금액만큼을 저축해 다음 기회를 노리겠다는 취지에서다.

반면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 세입자는 자금능력이 없는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상반기 이사를 계획 중인 세입자 성 모씨는 “전세보증금에서 계약금 10%를 먼저 내어주는 게 관례인데 거절당했다”면서 “이러다 집주인이 만기일에 전세보증금을 전액 못 내어줄까 걱정이 크다”고 밝혔다.

▶임대차시장 안정찾나=업계는 매매시장과 더불어 전세시장도 당분간 주춤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전셋값 급등과 전세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관망심리가 커진 탓이다. 특히 오는 3월 대선 전까지는 정체 분위기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통계에서도 안정적인 흐름을 찾아가는 분위기는 감지된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동향에 따르면 1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보합을 기록하며 2년 7개월 만에 상승을 멈췄다. 전세수급지수도 8주째 기준선을 밑돌며 하락하는 추세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의미다.

다만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물건이 나오는 8월 이후 전셋값이 오르면서 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정보현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8월 계약갱신청구 만기 도래 후 전셋값 상승 압박이 커지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지는 등 변동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김은희·이민경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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