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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훈의 현장에서] 비 올 때 우산을 씌워줘야 한다

지난 설 연휴기간 누구보다 절망한 사람은 아마 자영업자였을 것이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2만명을 넘어서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정상화는 더 기약할 수 없게 됐다. 떠나간 손님은 돌아올 기미가 없는데 물가도, 금리도 올라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다음달 이후부터는 짐이 더 무거워질지도 모른다. 정부가 3월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집행한 258조원 규모의 코로나19 대출의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3월 만기 연장이 도래하는 금액은 약 258조2000억원, 원금 유예 13조8000억원, 이자 유예 2354억원이다. 금융당국은 최종 결론은 열어놓고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종료하겠다는 입장이다. 만기 연장·상환 유예 프로그램은 6개월씩 총 3차례 연기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번번이 지원 연장과 종료의 득실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 같은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지원을 연장했을 때 가장 우려되는 것은 신용 리스크다. 원금과 이자상환 일괄 연장을 계속했다가는 자생력 없는 차주까지 적절히 구조조정되지 않고 남아 있다가 추후 더 큰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은행 대출연체율은 지난해 11월 기준 0.25%로 코로나19 이전 0.5% 수준이었던 것이 반 토막 났다. 상식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면 연체율이 늘어나야 정상인데 만기연장·이자유예 조치로 부실이 숨어버린 것이다.

그 같은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 올 때 우산을 씌워줘야 한다”는 당초 금융 지원의 취지를 생각하면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우산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대출만기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이용한 중소기업 78.3%가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고, 87%는 추가 연장을 희망했다. 추가 연장이 필요한 이유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매출 감소(64.1%)’가 가장 높았고, ‘대출금리 인상 우려(55.2%)’, ‘대출 상환 및 이자납부를 위한 자금여력 부족(43.8%)’이 뒤를 이었다. 함부로 지원 조치를 거둘 경우 줄도산이 일어날 수 있다.

대선 정국을 맞아 유력 후보들은 앞다퉈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조치를 내놓고 있다. 이를 위해 수십~100조원의 추경 예산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그에 비하면 대출연장 및 상환유예는 당장 추가 재원을 들이지 않고도 자영업자를 지원할 수 있는 길이다. 추후 부실이 현실화됐을 때 비용이 청구될 수 있겠지만 자영업자들이 잘 버티고 되살아나 준다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힘들었던 지난 2년간 우리 사회가 지금 수준으로나마 버티게 해준 일등 공신은 자영업자다. 그들이 방역 정책에 적극적으로 헌신하고 희생하지 않았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 훨씬 큰 고통을 겪어야 했을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비용을 치렀고, 그 열매는 우리 사회 모두가 누렸다. 이제 그들을 되살리기 위한 비용을 누가 감당해야 하는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 그 비용마저 모두 자영업자 들에게 떠넘길 것인가.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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