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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잔치' 불구 배당은 눈치?…당국 입김에 충당금 쌓는 은행들
최대 실적에도 배당 눈치
1000억~2000억원 충당금 추가 적립
배당주 매력 잃는 금융지주 주가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금리 인상 효과를 톡톡히 누린 은행을 필두로 각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역대 최대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호실적에 배당을 기대하고 금융지주에 투자한 투자자들이라면 다소 아쉬운 수익을 쥘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충당금 적립 압박으로 각 금융지주는 배당성향을 25~26%로 확정한 상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8일 KB금융지주를 시작으로 9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들의 실적발표가 예정돼있다. 올해도 금융지주들은 역대급 실적을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도 금리인상으로 이자이익이 증가한데다 기업대출이 전체 대출 실적을 끌어올린 영향이다. 여기에 증권, 보험 등의 비은행 계열사들 또한 양호한 성과를 낸 것으로 전망된다.

호실적에 힘입어 배당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금융지주들이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부응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은 배당성향을 25~26% 안팎으로 정한 상태다. 우리금융 또한 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배당을 논의 중이다. 충당금 또한 각 사별로 1000억~2000억원 가량을 더 쌓기로 결정하고 당국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지주들이 배당성향을 20% 중반대로 결정한 것은 금융당국이 충당금 적립 압박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각 은행들에게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이 낮다며 더 쌓을 것을 요구한 상태다. 기준 금리 인상,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으로 시장 불안이 예상되니 건전성 관리에 고삐를 쥐라는 얘기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금융사에 대해 “위험이 현실화했을 때 이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또한 “회색 코뿔소로 비유되던 잠재 위험들이 하나둘씩 현실화하고 있다. 멀리 있던 회색 코뿔소가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하는 상황”이라며 경고등을 켜고 있는 상태다. 금융위, 금감원이 동시에 리스크관리 경고등을 켜면서 최대 실적에도 금융사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 셈이다.

2년 연속 배당 확대에 제동이 걸리면서 금융지주들은 올해도 배당주로 매력을 크게 발휘하지 못할 전망이다. 그동안 금융지주사들은 배당성향을 꾸준히 높여왔다. 2017~2018년 20%대 초반이던 배당성향은 2019년 26%대까지 올라왔는데, 2020년 코로나19 장기화를 고려한 금융당국의 배당권고로 다시 20%로 주저앉았다. 이번의 경우 20%로 빡빡한 기준은 아니지만, 배당을 과도하게 하지 말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형성된 상태다.

금융사 관계자는 “호실적에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해야하는데, 당국이 일제히 충당금 적립, 배당을 줄일 것 등을 요구하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며 “미국계 은행은 코로나로 쌓아둔 충당금을 환입하면서 오히려 주주들에게 환원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또한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일부에서는 미국에 비해 저희 국내 은행의 충당금 규모가 적다는 그런 지적은 있지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대손충당금에 더해 대손준비금까지 쌓고 있어서 이를 다 합치면 결코 적은 수준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배당성향만 높고보면 지난해에 비해서는 올라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별 경영실적이나 금융 상황 등을 고려해 배당성향은 각 사별로 알아서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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