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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한구 통상본부장, 설연휴 대신 ‘美철강 232조 개선’ 아웃리치 총력전
캠벨 NSC 조정관 등 행정부 주요 인사들과 접촉
주지사 등 총 50여회 면담…하루 6~7개 일정 소화
통상정책·법무정책 등 국장 3명 동행, 전사적 행보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메리어트 마르퀴스 호텔에서 NGA(전미주지사협회) 의장인 에이사 허친슨 아칸소 주지사와 면담을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설 연휴를 반납하고 미국에서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 등 행정부와 정치·재계 주요 인사들을 만나 우리 철강업계의 대미 수출을 제한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의 개선을 위해 아웃리치(접촉·설득) 총력전을 펼쳤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3월 자국 철강업계 보호를 명목으로 ‘국가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수입산 철강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물량을 제한했다. 조 바이든 현 행정부는 유럽연합(EU)·일본과 관련 조치를 개선하거나 재협상을 시작한 상태로 우리 정부도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2일 산업부에 따르면 여 본부장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날(현지시간)까지 미 워싱턴 D.C.에 머무르면서 무역대표부(USTR)·백악관 관계자, 주지사(11명), 상·하원 의원(14명) 등 주요 인사들과 총 50여회의 면담을 진행했다. 주말과 설연휴가 포함된 8일간의 출장기간에 하루 6~7개 일정을 소화한 셈이다.

여 본부장 출장에는 통상정책국장, 통상법무정책관, 신통상질서정책관 등 통상본부 주요 국장 3명이 동행해 철강 232조 개선 조치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나섰다는 평이다.

특히 여 본부장 일정 가운데 미 외교·안보 정책 담당자인 캠벨 조정관과의 면담이 주목받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무부 차관보를 지내며 ‘아시아 회귀’ 정책을 고안한 캠벨 조정관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중국 견제 구상 총책으로 발탁됐다.

캠벨 조정관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부 아·태 담당 부차관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역임한 ‘아시아통’으로 아시아 회귀 정책인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 회귀)’ 설계에 관여했다. 2016년 ‘피벗’이란 제목의 저서를 통해 중국의 부상에 맞서 한국·일본과 동맹을 강화하는 방안 및 인도 등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따라서 여 본부장은 캠벨 조정관 면담에서 미국이 포괄적인 경제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구상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동참과 연계해 철강 232조 개선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IPEF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발표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동 번영을 위한 포괄적인 경제협력 구상으로,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반중전선’의 경제 연대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한구(오른쪽 첫번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메리어트 마르퀴스호텔에서 열린 전미주지사협회 행사에서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와 면담을 하고 있다. 이날 노바백스 본사 소재지인 메릴랜드주와 바이오제약 분야에서의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을 협의했다. 연합뉴스

또 여 본부장은 지난달 28~3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전미주지사협회(NGA)에 참석해 우리 기업이 진출한 11개주 주지사와 만나 철강 232조 조치의 개선을 촉구했다. 여 본부장은 주지사들에게 현지 진출한 우리 기업에 대한 지원도 요청했다.

특히 최근 우리 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미시간주의 그레천 휘트머 주지사와는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품목 분야에서 우리 기업과 미시간주의 협력 확대를 바탕으로하는 공급망 협력 관계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또 ‘한국 사위’로 널리 알려진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와 만난 자리에선 메릴랜드주에 본사를 둔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이 한국과의 파트너십 하에 생산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바이오 제약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 방안을 협의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케빈 브래디 하원 세입위 간사와 면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여 본부장은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에는 미 의회에서 통상정책 권한을 가진 상원 재무위원회와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장, 간사 등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의 주요 인사를 잇달아 만나 철강 232조 개선을 위한 의회 차원의 협력을 당부했다.

여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최근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정책등을 추진하며 국내 인프라 확충에 힘쓰고 있는 점을 언급하면서 고품질인 한국산 철강의 미 철강 시장 접근 개선이 미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한구(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캐서린 타이 미 USTR 대표와 한미 통상장관 회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앞서 여 본부장은 캐서린 타이 미 USTR 대표와 제니퍼 해리스 백악관 국제경제위원회(NEC) 선임국장 등 행정부의 주요 인사와도 만나 철강 232조에 대한 국내 기업 등의 우려를 전달하고 재차 협상 개시를 촉구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중남미 지역경제연합인 태평양동맹 4개국 통상장관들과 화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편, 여 본부장은 출장 첫째날인 지난달 25일 한-태평양동맹(PA) 통상장관회담과 한-에콰도르 통상장관회담을 화상으로 열어 중남미 5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확대에 대한 성과를 냈다. PA는 2012년 멕시코·칠레·페루·콜롬비아 등 4개국이 결성한 지역연합이다.

PA와 에콰도르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이 1조9000억달러, 인구는 2억5000만명에 달한다.특히 PA는 개방주의와 신(新)투자정책을 표방하는 지역경제공동체로서 메르코수르와 함께 중남미의 대표적인 경제블록으로 평가받는다.

여 본부장은 지난달 25일 한-PA 통상장관회담에서 “준회원국 가입 협상을 조속히 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다음날 개최된 PA 정상회의 선언문에 “기합의된 협상세칙(TOR)에 기반해 2022년 상반기 내 대한민국과 준회원국 가입 협상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한다”고 여 본부장의 요청이 반영됐다.

에콰도르와는 2016년 이후 중단된 ‘한-에콰도르 전략적 경제협력 협정(SECA)’ 협상 재개방안을 긴밀히 논의키로 합의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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