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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속가능한 농업기반 ‘K-농업기술’ 확산 이끌 것”
개청 60주년…새로운 도약 혁신 노력
AI·ASF·구제역 3대 가축전염병 유행
‘트리플데믹’ 우려 막은 숨은 주인공

메타버스 활용 디지털 농업기술 확산
지능화기술 개발로 생산성 향상 도움

올 탄소중립기술 개발·보급 268억 투입
농촌소멸 위기 극복·농산물 안정 공급

전국 농기원 손잡고 특화작목 육성 추진
지역 경쟁력·농가소득 향상에 역량 집중
박병홍 농촌진흥청장이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탄소중립과 식량안보 등 농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대응해 농산물의 안정적이고 친환경적인 생산·공급 기반 구축을 통한 농업과 농업인의 지속가능성 제고, 지역농업 활성화 및 정주여건 개선, K-농업기술의 글로벌 확산 등 중점적으로 추진할 정책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등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농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 기반을 만들어 K-농업기술의 세계화를 비롯해 농업인과 국민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8일자로 취임한 지 56일째를 맞는 박병홍 농촌진흥청장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박 청장은 올해 개청 60주년을 맞는 농진청의 수장으로 역대 청장보다 역할과 책임이 클 수 밖에 없다. 1962년 개청한 농진청은 1970년대 통일벼를 통해 녹색혁명을,1980년대에는 비닐하우스에서 사계절 신선한 농산물을 재배해 국민의 식탁에 공급하는 백색혁명을 주도한 연구기관이다. 60여년동안 농업기술개발 및 보급 임무를 수행하면서 대한민국 농업을 성장시킨 핵심 기관인 셈이다.

박 청장은 행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 축산정책국장, 농업정책국장, 식품산업정책실장, 차관보 등 농식품부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면서 농업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뛰어난 기획력과 원활한 소통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박 청장은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초까지 2년 6개월가량 식품산업정책실장과 차관보 등을 맡으면서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과 호흡을 맞춰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 등 3대 가축전염병이 동시에 유행할 수 있는 ‘트리플데믹(tripledemic)’ 우려를 종식시킨 숨은 주인공이다. 당시 구축해 놓은 방역 사전 대비 및 차단 시스템 등에 힘입어 지난해 11월 8일 이후 현재까지 가금농장에서의 고병원성 AI 발생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60% 이상 감소했고, 국내 양돈농가에서의 ASF 발생은 지난해 10월 5일 이후 한 건도 나오지 않고 있다.

박 청장은 “농진청은 올해 개청 60주년으로 즉, 이순(耳順)이 됐다”면서 “이순은 인생에 경륜이 쌓이고 사려와 판단이 성숙해 남의 말을 듣는 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로 농진청을 이에 맞게 변화하고 혁신하도록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박 청장은 이를 위해 ▷지속가능한 농업·농업인 창출 ▷지역농업의 활성화와 정주여건 개선 ▷농산물의 안정적인 생산·공급 기반 구축 ▷안전한 농산물·농업의 다양한 기능 발굴 ▷K-농업기술의 글로벌 확산 ▷디지털 시대·기후변화 등 급변하는 환경 대비 등 여섯 가지 중점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디지털 확산, 지속가능한 농업·농업인 이끈다=박 청장은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기후변화, 식량문제, 농촌소멸 등 농업·농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폭넓게 활용할 것”이라며 “민관 전문가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 가능한 과제를 적극 발굴하고 확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상의 스마트팜에서 농사를 지어볼 수 있는 디지털트윈, 치유농업 체험 등 메타버스를 활용해 디지털 농업기술을 현장에 신속하게 확산하고 농업인, 대학, 민간기업체 등이 팀을 이루어 작물의 생산성 향상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실증하는 농업 분야 AI 경진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농진청은 기후변화와 고령화, 식량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지난해 디지털농업 촉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디지털농업의 기반은 기술개발을 통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농사를 편리하고 친환경적으로 실현하는데 있다. 이를 통해 청년이 돌아오는 농촌과 지속가능한 농업을 앞당기는 것이 목표다.

박 청장은 “디지털농업이 도입되면 드론, 자율주행, 로봇 등의 자동화 기술로 농민들의 농작업 편리성을 높일 수 있고, 환경·작물생육·병해충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지능화 기술 개발로 농가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설농업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성 향상 모델을 개발해 실증한 결과에 따르면 토마토와 딸기 생산성이 각각 13.7%, 30% 가량 증가했다. 또 벼농사에서는 자율주행 벼 이앙기를 적용하면 노동력이 50%, 드론을 이용하면 기존 동력분무기 대비 방제노력이 87% 각각 절감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올해 탄소중립 265억 투입, 저탄소 농업기술 개발·보급 나선다=박 청장은 지난 12일 ‘2050 탄소중립 실현 농업기술 개발 및 현장보급 추진전략’을 발표하면서 ▷온실가스 정보에 대한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통계자료 구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저탄소 농업기술 개발 확대 ▷농경지를 이용한 온실가스 흡수 기능 강화 ▷개발된 기술의 현장 확산 등 4대 중점분야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올해 탄소중립 기술 개발·보급에 268억원을 투입한다. 또 온실가스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나라 농업생산 환경을 반영한 국가고유계수를 지난해 34종에서 2050년까지 64종으로 확대한다. 지방자치단체-농업인 단체와 함께 탄소감축을 위한 ‘3고(올리고·내리고·유지하고) 실천 운동’도 펼친다. 이를 통해 농식품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50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 2018년 대비 38% 감축)’을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이다.

새로 개발한 저탄소 농업기술을 현장에 보급하기 위해 지방 농촌진흥기관 등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농식품부와 함께 우수한 민간 기술에 대한 사업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박 청장은 “탄소중립은 농업 전반에 대전환을 요구하는 도전적인 과제이지만 꼭 실행돼야 한다”면서 “특히 농업은 탄소 배출원이자 흡수원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탄소중립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기 위해 올해 268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면서 “매년 투자를 늘리고 탄소중립 연구인력도 확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특화작목 육성, 지역소멸 위기 극복 나선다 =박 청장은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농촌 사회경제의 근간인 지역농업의 시장경쟁력을 높이는 국가적 지원 정책 및 성장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지역농업 활성화를 위해 경쟁력 있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유망한 특화작목을 육성하는 것이 새로운 지역발전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진청은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기반해 지난해 2월 ‘제1차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 2025년까지 전국 9개 도(道) 농업기술원과 본격적인 지역특화작목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기(선인장·다육식물 등), 강원(옥수수·산채 등), 충북(포도·대추), 충남(인삼·구기자), 전북(씨없는 수박·천마) 등 총 69개의 지역특화작목을 선정한 가운데 ▷특화작목 육성기반 강화 ▷집중육성작목 경쟁력 향상 ▷특화작목 농가소득 증대 등을 4대 전략목표로 수립하고 산업화와 소비 확대를 통한 농가 소득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 청장은 “지역의 여건과 환경에 적합한 특화작목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육성해 나가겠다”면서 “중앙과 지방의 연구개발(R&D)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업·농촌은 저출산, 고령화로 지방소멸론이 대두되고 있고,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상, 탄소중립 등 풀어가야 할 현안 문제가 산적해 있다”면서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깊이 고민하고, 답을 찾는 데 힘을 쓸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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