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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서울사랑상품권, ‘대치·목동 페이’ 됐다…1000억 중 절반 이상 ‘학원비’로
‘선결제’ 서울사랑상품권 56.0%가 ‘학원비’
교육열 높은 양천·노원·강남 등서 비중 높아
市 “‘일반’도 같이 적용하면 학원 비중 줄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서울시가 풀었던 1000억원 규모의 ‘선결제’ 서울사랑상품권(선결제 상품권) 중 절반 이상이 학원비로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만든 대책이었지만, 이를 위해 찍은 상품권은 결과적으로 사교육업체에 몰렸던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난과 생활고 속에서도 자녀 교육비는 줄일 수 없는 서울 시민의 현실도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20년 말부터 한시적 ‘이벤트성’으로 코로나19에 피해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보조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최대 20%+알파(α) 할인 혜택을 주는 선결제 상품권을 발행했다. 제로페이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 구입 가능했다. 사용처는 지정된 식당·카페, 이·미용업, 실내체육시설, 학원(연 매출 10억원 초과 입시학원 제외) 등이었다.

28일 서울시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제로페이로 결제된 선결제 상품권(온라인 제외)은 모두 948억8200만원이다. 이 중 학원비 결제로 쓰인 금액은 532억1900만원이다. 비중은 56.0%다. 전체 결제액에서 학원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양천구였다. 전체 금액(84억3600만원) 중 73.2%(61억8000만원)였다. 양천구 목동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학원 집결지다. 이어 ‘강북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중계동이 있는 노원구(63억원 중 39억2200만원) 62.2%, 높은 교육열에 맞춰 ‘강남 4구’로 거론되는 강동구(65억6900만원 중 39억8500만원) 60.6%, 강남구(90억8100만원 중 54억4700만원) 59.9%, 송파구(80억9300만원 중 47억3900만원) 58.5%, 서초구(51억3600만원 중 29억8000만원) 58.0% 순이었다. 전체 결제액 중 학원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 자치구는 전체 25곳 중 76.0%(19곳)였다.

사용처가 분산되지 않고 한 곳에 쏠린 것으로, 서울시의 ‘실험’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말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시 정작 지원이 필요했을 이들에겐 혜택 수준이 크지 않았을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결과적으로 서울시가 ‘대치·목동페이’를 만들었던 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소비자가 코로나19 등 불황 속에서도 사교육비를 소비의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는 서글픈 현실상도 고스란히 드러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서울사랑상품권 범위를 ‘선결제’ 혜택을 추가하지 않은 그 해 발행한 ‘일반’ 서울사랑상품권으로 확대하고, 학원 범위를 입시·보습학원까지만 좁히면 서울사랑상품권의 학원 결제 비중은 15% 안팎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올해는 선결제 상품권에 대한 추가 발행 계획이 없다고도 했다.

서울시가 지난 2020년 말부터 1000억원 규모로 풀었던 선결제 상품권은 시·자치구가 지역 소비 활성화를 위해 만든 일반 서울사랑상품권에서 할인율(구매할 때 할인 10%에 더해 지정 업체에서 사용할 때 추가 할인 10% 등)을 더한 상품권이었다. 1인당 할인 구매 한도는 월 30만원으로 설정했다. 서울시·자치구는 평시에는 선결제 조건이 붙지 않은 일반 서울사랑상품권을 발행한다. 이 상품권의 경우 전체 할인율은 10% 안팎이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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