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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해 입어야 이직 가능? 외국인 중대재해 키우는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 이직사유 '근로조건 위반'..."재해 입어야 이직 가능?"
작년 중대재해 사망자 668명 중 이주 노동자 75명으로 11.2% 차지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27일 본격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가 중대 산업재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허가제가 외국인 근로자들의 자유로운 직장 변경을 막고 있어 무면허 건설기계 운전 강요 등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근로환경에서 합법적으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합법적으로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는 34만6665명이다. 이 중 고용허가제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15만9689명이다. 다만 제도 밖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까지 합치면 약 85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의 2배가 넘는다.

우리나라 외국인 근로자 정책인 ‘고용허가제’도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를 양산하는 한 가지 이유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 근로자를 구하지 못한 기업이 산업인력공단에 구인신청을 하면 공단이 입국 허가를 받은 외국인 근로자를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이 제도의 특징은 법령상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배정된 사업장에서 이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잦은 직장 이전을 막아 사업주의 경영을 원활히 하겠다는 게 입법 취지다. 하지만 사업주의 부당한 지시와 열악한 근로조건 속에서도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강제로 일해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작년 12월 23일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해 7대2의 의견으로 합헌을 결정했다.

고용부 장관이 고시로 규정한 외국인 근로자 직장 이전 사유는 3가지다. ‘경영상의 사유’로 사업주가 휴폐업을 하거나 근로자 임금을 평균임금의 70%미만으로 줄였을 때와 또 폭행, 성폭력 등과 국적 등을 이유로 불합리한 차별대우를 받을 때다. 특히 임금을 체불하거나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외국인 업무상 재해를 당한 경우도 이직 사유로 본다.

문제는 해당 조항이 ‘결과적’으로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국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업주의 부당한 업무 지시에도 재해를 당하기 이전까진 쉽게 이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낸 몽골 출신 이주노동자 A씨 역시 건설기계 조종사면허가 없음에도 사업주로부터 지게차 조정을 강요받았다. 중대재해를 키우는 셈이다.

이 탓에 지난해 중대재해 사망자 668명 중 이주 노동자는 75명(11.2%)에 달한다. 눈 앞의 재해를 피하려 지정 사업장을 이탈하는 이가 늘다보니 불법체류자가 늘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중대재해 발생 후에도 사고 수습을 지연시킬 수 있다. 실제 광주 붕괴사고 초기 실종자 중 1명이 외국인 노동자로 알려졌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올해 건설근로자 내국인력 부족 인원은 약 21만4609명에 달한다. 현장 수요인원이 175만3782명인 데 비해 내국인 공급인원은 153만9173명에 그치기 때문이다. 부족한 일손은 추산한 외국인 건설근로자 31만6380명이 채우고 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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