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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정몽규 회장 불명예 퇴진, 건설현장 참사 퇴출 채찍질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광주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HDC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17일 밝혔다. 정 회장이 현대산업개발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은 1999년 회장에 취임한 이후 23년 만이다. 참사 이후 현대산업개발이 공사를 수주한 사업장에서 시공권 회수 움직임이 본격화된 데다 일각에서 ‘건설업계 퇴출’까지 거론되는 벼랑 끝 위기 상황에서 회사를 구하기 위한 고육책이라 하겠다. 그동안 건설현장 사고에 대해 ‘오너’ 경영인이 책임지는 전례가 없었던 만큼 정 회장의 이번 사퇴는 후진국형 참사를 거듭한 책임을 지고 국민적 채찍질을 달게 받겠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정 회장의 사퇴에 대해 ‘반쪽짜리’라는 싸늘한 시선도 많다. 현대산업개발을 지배하는 지주사 HDC 회장직과 3번째 연임하고 있는 대한축구협회 회장직도 그대로 이어가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실종자 6명 중 5명을 찾지 못하고 있고 사고 원인규명과 피해보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사퇴는 도피로 비칠 수 있다. “사퇴가 능사가 아니고 책임지는 모습도 아니다. 사고 수습 전면에 나서 책임 있는 조치를 확실하게 이행하라”는 이용섭 광주시장의 쓴소리는 실종자 가족과 입주 예정자들의 심경이기도 하다. “HDC 회장직을 내려놓지 않은 것은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는 정 회장의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돌팔매라도 맞겠다는 각오로 전면에 나서 사태를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 브랜드는 1976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건설로부터 연원한다. 근 반세기 동안 어렵게 쌓아온 주택명가로서의 명성이 하루아침에 퇴출당할 위기라면 ‘사즉생’의 각오를 해야 한다. 모든 건축물의 보증기간을 30년까지 늘리겠다는 파격적 안전보장장치와 이번 붕괴 사고 아파트의 전면 철거와 재시공까지 감수하겠다는 약속은 ‘아이파크’의 신뢰성을 복원할 토대가 돼야 한다. 고질적 불법·편법 재하도급이 광주 참사뿐만아니라 건설현장 사고 빈발의 근인(根因)이라니 이를 혁파할 개선책도 내놔야 할 것이다.

정 회장이 광주 붕괴 참사를 책임감을 가지고 수습하는 모습은 일개 기업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광주 참사로 다음주부터 시행에 돌입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기업이 산업안전 사고 예방을 위해 자율적 조치를 다하지 못하면 규제의 족쇄로 압박당하기 마련이다.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변화를 강요당하게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정 회장과 현대산업개발의 향후 행보를 많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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