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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동 걸린 대우조선해양 매각...난감해진 産銀, 책임론 불거져
대우조선-현대重 기업결합 무산
아시아나-대한항공 합병도 논란
이동걸 ‘1등 몰아주기’식 M&A
“경쟁력만 따지다 독과점 간과해”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잇따라 경쟁당국의 제동에 걸리면서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글로벌 플레이어’를 키우겠다는 목표에서 시작했지만, 독과점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에는 귀기울이지 않아 구조조정 지연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EU(유럽연합)은 13일(현지시각)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간의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병하면 액화천연가스(LNG)선 시장에서 최소 60%의 시장 점유율을 갖게 돼 경쟁을 저해할 것이라고 봤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와 관련 이달 중으로 언론을 통해 플랜B에 대한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EU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내는 등의 방법이 있지만, 소송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 등을 감안하면 원점에서 매수자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차기 정부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라 대우조선의 명운은 한동안 시계제로 상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은 다국적 기업이 인수합병(M&A)을 진행할 때 주요국 경쟁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조선 고객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유럽은 필수 지역이다. EU는 3년간 시간을 끌며 심사를 미루다가 결국 예상범위의 답을 내놓았는데, 산은은 심사 통과를 안일하게 낙관했다는 평이다.

산업은행은 이전에도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의 M&A, 현대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 M&A에서도 시장 1등 기업에 구조조정 기업을 매각해 독과점 논란을 낳은 바 있다. 이 회장은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기존 사업자가 기업을 잘 운영해 다시 부실을 야기하지 않을 수 있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춘 기업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해왔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독과점 기업은 소비자 후생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일개 기업이 국내 산업 경쟁력과 국가 산업 정책을 좌우할 수 있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라며 “산은이 경쟁제한의 문제를 가볍게 본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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