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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기선, ‘조선(造船)의 프로도’ 된다고? [비즈360]
현대重그룹, 팔란티어와 빅데이터 플랫폼 협약
‘반지의 제왕’ 천리안 구슬에서 이름 딴 팔란티어
‘빅데이터 눈’ 탑재로 미래 트렌스포메이션 본격화
미국 팔란티어 본사.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현대중공업그룹과 미국 빅데이터 기업인 팔란티어(Palantir) 테크놀로지스와의 인연이 깊어지고 있다.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의 건설장비 부문 자회사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팔란티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지난달에는 팔란티어가 그룹의 정유부문 계열사 현대오일뱅크에 2000만달러(약 24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다시 한달 만인 지난 5일 현대중공업그룹은 팔란티어와 빅데이터 플랫폼을 공동 구축하고 합작도 설립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로써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 에너지, 산업기계 등 자사의 주력 산업 뿐 아니라 자율운항, 액화수소, 로보틱스 등 미래산업 부문에까지 팔란티어의 빅데이터 기술을 입혀 스마트 기업으로의 도약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팔란티어 역시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제조 및 해양운송 등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를 접함으로써 빅데이터 분야의 새로운 장이 열리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지난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정기선(앞줄 오른쪽)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샴 샹카(앞줄 가운데) 팔란티어 최고운영책임자(COO)와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관한 양해각서 체결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윗쪽 중앙은 화상으로 참석한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대표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팔란티어는 미국 결제서비스 업체 페이팔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공동 창업했던 피터 틸이 2002년 페이팔을 이베이에 매각한 뒤 현 CEO인 알렉스 카프 등과 함께 설립한 정보기술 업체다. 피터 틸과 알렉스 카프는 스탠포드(법학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한 1967년생 동갑내기 친구다.

피터 틸은 J.R.R.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의 열혈 팬이었는데, 여기에 나오는 천리안 수정구슬(팔란티어)의 이름을 따 회사명에 사용했다. 빅데이터 기술로 미래와 미지의 영역을 내다보겠다는 포부를 담았다고 한다.

팔란티어는 미국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기업으로도 불린다. 팔란티어의 고객은 베일에 둘러쌓여 있고 공개된 고객 역시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부(BHS) 등 정보 부처들이기 때문이다.

팔란티어가 제공하는 분석 솔루션은 ‘팔란티어 고담(Gotham)’과 ‘팔란티어 파운드리(Foundry)’가 대표적이다. 팔란티어 고담은 데이터를 통합·관리·분석하는 솔루션으로 자연어 검색 기능 등을 통해 테러조직 검거, 자금세탁 방지, 밀수 추적 등의 부정행위를 모니터링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검거 당시에도 이 솔루션이 활용돼 더 유명세를 탔다. 팔란티어 파운드리는 데이터 통합의 성능 확대 및 확장에 초점을 맞춘 제품으로 데이터 분석 장벽을 제거, 사용자 중심의 데이터 사용 툴을 제공한다.

정기선(좌측) 현대중공업 지주 대표와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

팔란티어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문서에서 자사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일을 하는 대규모 기관들을 위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만드는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기관들은 사회가 불안하고 위기일 때 뿐 아니라 안정적인 상황에서도 반드시 제 기능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대표가 했던 말 중에 지난 2020년 ‘팔란티어는 세계가 이러한 제품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5년 전 쯤에 제품을 만든다’고 한 것이 인상깊은 발언으로 회자된다.

스탠포드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어 피터 틸, 알렉스 카프와 동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는 이번 협약으로 조선 등의 사업분야에 ‘팔란티어의 눈’을 탑재하게 된 셈이다. 정 대표를 중심으로 3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이를 기반으로 미래주도 기업으로의 트랜스포메이션(전환)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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