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유통주식, KB만큼 줄여야” 목소리
감독원 “허가사항은 아냐”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3일 서울시 중구에 있는 신한금융 본사에서 조용병 회장을 비롯한 그룹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2022년 신한경영포럼’을 개최했다. |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신한지주가 연내 자사주 매입 및 소각하는 방안을 추진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이후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주가가 역주행하는 상황에서 주가 부양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다만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관련한 구체적인 윤곽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신한지주 일각에선 KB금융 수준으로 주식 수를 줄여 주주가치를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자사주 소각 및 매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지난 3일 진행된 ‘2022년 신한경영포럼’에서도 IR 관계자 입을 통해 ‘자사주 매입’의 필요성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통상 함께 이뤄지는데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대표적인 주주 환원 정책으로 손꼽힌다. 신한지주가 지난 몇 년간 각종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운 데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의 법률 리스크도 해소되면서 시장에서는 올해 본격적인 주주 환원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신한지주가 자사주 매입, 소각에 이처럼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건 주가에 대한 대내외적인 압박이 커져서다. 신한지주는 지난 2020년 유상증자를 통해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베어링PEA)로부터 1조1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2019년에는 IMM PE로부터 7500억원의 투자를 받는 등 글로벌 PEF들을 주주로 확보한 상태다. 신한지주가 균등 분기배당 등을 언급해온 것도 글로벌 PEF 등 전략적 투자자들과의 우호적 관계를 통해 지배구조를 안정화하려는 의도와 맞닿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리딩뱅크 라이벌로 꼽히는 KB금융과 주가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신한지주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C레벨 임원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질문했던 부분도 ‘주가’였다.
지난 4일 종가 기준으로 신한지주 주가는 3만7600원이다. 2년 전 4만원대에 머물던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KB금융 주가는 5만6000원대를 기록하며, 최근 2년간 20% 이상 주가가 상승했다. 이 밖에 하나금융, 우리금융도 각각 4만3000원, 1만3000원대에서 움직이며 해당 기간에 20% 이상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방안이 이제 첫걸음을 뗀 만큼 어느 정도 규모로 매입·소각이 이뤄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신한지주 내에서는 라이벌인 KB금융에 견줘 일차적인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지주 주가가 올라가지 못하는 핵심 이유 중 하나는 주식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며 “금융 당국만 동의한다면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통해 유통물량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지주의 상장주식 수는 5억1659만9000주, 유동주식 수는 4억2901만8000주다. KB금융의 상장주식 수가 4억1580만7000주, 유동주식 수 3억2278만1000주인 점을 고려하면 1억주가량 차이가 난다. 주식 수 자체를 인위적으로 줄이면 KB금융과의 갭도 좁히고, 확실한 주가 부양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인위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만으로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시가총액이 한때 45조원, 33조원에 육박했던 점을 참작하면 주가 부양이 인위적인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계열사들의 경쟁력 강화, 디지털 및 글로벌, 유니콘기업 발굴 등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본질적 움직임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주가 부양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단순히 주식 수가 많다는 이유로 주가가 못 오른다고 보기엔 궁색한 측면이 있어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과의 교감도 필요한 부분이다. 금융감독원은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지주가 결정하는 것이지, 모두 허가 사항은 아니다”고 했다. 다만 코로나19 충격 완화를 위해 각 지주에 배당 자제 등을 권고했던 것을 고려하면 당국의 설득도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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