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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의 역설...재택근무에도 초호황 누리는 오피스시장
서울 ‘빈 사무실’ 꾸준히 감소세
판교 ‘0’%...게임사 머니파워 한몫
판교테크노밸리 일대 오피스 건물들. 멀리 NHN과 넥슨 사옥이 보인다. 서영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보편화된 재택근무 흐름 속에서 역설적으로 오피스 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의 언택트 수혜를 누리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이 오피스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하며 판교 일대는 공실률이 제로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들 빅테크 기업들은 강력한 보안 정책 탓에 장기 재택 근무가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개발자들의 근로 복지를 향상시키고자 너도나도 넓은 사무공간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판교는 물론, 분당, 강남권 일대의 오피스 시장의 수급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지역 전체 오피스 공실률은 4.35%를 기록했다. 1분기 6.33%, 2분기 5.45%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흐름이다. 공실률이 하락하면서 몸값이 높아진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올리고 있다.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당 265만 6000원이던 서울 오피스 환산 전세가는 차츰 올라 3분기에는 268만 9000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초 248만 2000원이었던것과 비교하면 1년 9개월만에 8%가 오른 것이다.

이같은 오피스 공실률 하락은 최근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게임 업종과 e커머스 업체들이 사세를 확장하는 흐름의 결과물로 평가된다. 이들 기업의 확장과 이주 수요가 많아지면서 더 나은 환경의 오피스들을 찾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수요는 특히 강남권 등에 주로 몰리고 있으며, 이도 모자라 도심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오피스 건물 중 하나인 서울시 종로구 그랑서울 3층을 리그오브레전드 개발사 라이엇게임즈가 통으로 임차해 e스포츠 전용 경기장 ‘롤파크’와 PC방을 연 것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라이엇게임즈가 들어간 3층은 3.3㎡당 임대료가 16만원이 넘어 국내 최고가 임대료를 자랑한다”며 “웬만한 금융회사들도 비싼 임대료 탓에 못 들어온 자리를 게임회사가 빌려 PC방을 두는 것을 보고 게임업체들의 머니파워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런 IT 빅테크 기업들의 오피스 수요는 경기도 판교권역의 공실률에서 여실히 입증된다. 이곳의 오피스는 0%의 기적적인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준공식을 가진 알파돔 6-1 용지는 카카오 계열사가, 바로 옆 알파돔 6-2 용지는 네이버 등이 완공도 전에 사실상 건물을 통째로 임대했다. 이는 업계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지역으로 판교가 최고의 입지 조건이라는 점과 함께 IT 개발자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판교역과 테크노밸리 등을 중심으로 한 판교 오피스권의 올해 3분기 공실률은 0%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 3대 오피스권역인 강남권(GBD·Gangnam Business District) 1.36%, 도심권(CBD·Central Business District) 7.42%, 여의도권(YBD·Yeouido Business District) 6.93%에 각각 공실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했을 때 크게 낮은 수치다.

교보리얼코 관계자는 “판교테크노밸리와 판교역 인근 오피스는 오랜기간 공실이 거의 없어 수내, 서현 등 다른 분당권역과 함께 공실률을 산정할 시 권역의 공실 통계가 과소추정되는 경향이 있어

해당 지역을 제외하고 통계를 산정하고 있다”라고 했다.

판교 일대의 오피스 시장의 초강세는 원활한 인력수급의 측면도 작용하고 있다. 젊은 개발자들이 많이 상주하는 판교가 양질의 인재 채용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판교테크노밸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근 여의도 근처에서 회사를 운영하다 인력채용의 어려움을 겪어 자신이 원하는 입지의 판교 오피스를 대기라도 걸어놓겠다는 회사 대표의 전화를 받았다”며 “절이 중을 찾아 떠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사에 상주하는 시간이 많은 개발자가 업무환경을 중요시 하는 탓에 인력대비 꽤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면서 “지속되는 거리 두기 탓에 직원들은 사무공간을 과거처럼 다닥다닥 붙이는 것도 꺼린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이 일대는 임대료도 지속적으로 오르며 서울 주요 오피스 권역들을 따라잡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계약면적 기준 3.3㎡당 5만원 수준이던 것이 최근 6만원 중반을 넘어섰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업계의 설명이다. 이는 교보리얼코에서 여의도권과 강남권 월 임대료를 3.3㎡ 당 7만 7000원과 8만 5000원으로 각각 파악한 것 보다 1~2만원 적은 금액이다.

판교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대형오피스 건물인 알파돔까지 준공식을 마치며 당장 인근에서 오피스가 공급될 땅이 없다”며 “한정된 공급 속에서 수요는 계속되는 만큼 임대인 우위 시장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영상 기자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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