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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불장’·2030 ‘영끌’...그 어느해보다 뜨거웠던 부동산
2021 부동산시장 돌아보니
매매·전세 가격 동반 급상승
전국 아파트값 12.89% 올라
세금이슈 탓 ‘똘똘한 한 채’ 집중
하반기 대출규제 영향 관망세 지속

2021년 올해 부동산 시장 역시 불마켓(강세장) 이었다. 전셋값이 상승하며 내집 마련에 조급해진 2030은 수도권과 경기도권 매매가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놨다. 또 정부가 다주택 자들을 상대로 보유세·양도세 등을 통해 강력한 압박에 나서자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한 투자자금은 똘똘한 한채에 몰리며 강남3구를 중심으로 신고가가 속출했다. 기록적인 유동성은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주며, 상업시설 거래액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2차례에 걸친 금리 인상과 대출 조이기가 이어지며 하반기 들어 주택 거래량 감소와 수요자 관망, 수도권 외곽지역을 시작으로 한 매매가 하락이 이어지는 등 거래 시장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임대차 3법에 따른 전세가 급등 현상=지난해 7월 시행된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은 올해까지 영향을 미쳤다. 같은 면적에도 불구하고 전셋값이 신규 또는 갱신 등 조건에 따라 많게는 수억원 이상 차이를 보였다. 갱신 계약 시세와 신규 계약 시세가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20일 기준) 올해 전국 전셋값은 8.78% 상승했다. 전년 동기 6.6%보다 높은 가격 변동률이다. 전체 임대차 거래 중 월세의 비중도 늘어났다. 월세 전환은 늘어난 보유세를 월세로 메우려는 임대인들과의 ‘니즈’와도 맞아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지난 11월 124만1000원으로 전월(123만4000원) 대비 0.23%, 전년 동기(112만2000원) 대비 10.6% 상승했다.

▶인천·경기 지역 가파른 집값 상승세=전셋값 급상승과 함께 전세매물이 급감하자 조급해진 2030세대들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나섰다. 결국 서울을 넘어 외곽 지역의 내집 마련 붐이 이어졌다. 특히 인천과 경기도는 GTX(수도권광역철도) 개발 호재와 서울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신축공급 증가의 영향으로 1년 내내 초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이 크게 올랐다면 올해는 전국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확산됐다. 12월 20일 기준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적으로 아파트값은 12.89% 상승했다. 연간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두 번째로 높다. 노무현 정부시절인 2006년 전국 아파트 상승률은 13.9%를 기록했다. 올해 서울은 6.48% 상승에 그친 반면 경기도, 인천, 제주는 각각 20.27%, 22.12%, 19.72% 올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가 ‘비강남의 반란’이었다면 올해는 ‘탈서울 내집 마련’이 키워드였다”며 “(집값 상승이) 서울·경기도를 넘어 전국적인 동조화 현상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거래절벽 속에도 똘똘한 한채 인기는 여전...신고가 속출=정부의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 강화와 저금리로 풍부해진 유동성 탓에 ‘똘똘한 한 채’ 심리 수요는 올해도 강하게 이어졌다. 세금 이슈 탓에 자산가들이 여러채의 집을 사는 것을 꺼리며 한채의 집에 집중을 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올해는 고급 주택들의 신고가 경쟁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이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매매가격이 50억원을 넘는 초대형 면적(135㎡ 초과) 아파트 거래량은 153건으로 지난해 44건에 비해 248%가량 늘어났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는 45억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이 단지는 지난 9월 같은 면적이 42억원에 거래되면서 사상 처음 국민평형 기준 40억원을 넘어섰는데, 두 달만에 3억원 오른 가격에 신고가를 새로 쓴 것이다. 또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파르크한남’ 전용면적 268.95㎡ 매물은 지난 13일 120억원에 팔려 한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기록됐다. 지난달 4일에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 전용 489.79㎡(68층)가 245억원에 실거래됐다. 2006년 실거래 가격이 공개되기 시작한 이래 오피스텔은 물론 공동주택(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을 통틀어 역대 최고가다. KB부동산의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전용면적 135㎡초과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14억7153만원에서 지난 10월 24억7301만원으로 4년 만에 10억원가량 늘었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한 세금부담으로 똘똘한 집 한 채를 가져야 한다는 분위기와, 매도물량의 매물 품귀현상이 지속하면서 아파트 평당가격 최고가 갱신과 양극화 현상이 심화 된 한 해”라고 평가했다.

풍부해진 유동성은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활황도 이끌었다. 밸류맵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서울의 업무·상업시설 거래는 3466건 체결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거래량(3412건)을 웃도는 수치다. 2021년을 한 달여 남기고도 거래량은 작년 한해치를 넘어섰고, 거래액은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서울 아파트 분양물량 급감...최고 수준 청약경쟁률도= 새 아파트 선호 현상과 아파트값 상승, 분양물량 감소가 겹치며 서울 지역의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역대급을 기록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21년 서울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163.2대 1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같은 높은 청약 경쟁률은 분양 물량 급감에 따른 영향이 컸다. 서울아파트 분양물량은 1만592가구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고, 2020년 분양물량(4만 1816가구) 대비해서도 70% 이상 줄었다. 또 3기 신도시인 하남 교산 지구는 전체 27.9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중 전용 59㎡ 타입의 경우 37.7대1로 상당히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반기엔...대출규제·금리인상·내년 대선 앞두고 관망세= 연중 뜨겁던 부동산 시장도 하반기 들어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소강 상태에 들어갔다. 올해 6월 1.31% 상승률을 보이던 경기도 집값이 12월 6일부터 20일까지 0.18% 오르는 것에 그쳤다. 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이어 지방에서도 아파트를 파는 사람이 사는 사람보다 많아지며 지난해와 올해 가파르게 상승한 지역들에서 가격이 보합세로 전환됐다. 이런 결과에는 주택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잡았던 2030세대의 묻지마 투자 감소도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2년새 전국적으로 평균 20% 이상 치솟은 상승 피로감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 “정책신뢰도가 계속해 낮아지는 가운데 그동안 전반적으로 과열된 시장이었다”며 “저평가 된 지역들까지 전부 올라버린 키 맞추기 장세가 막바지에 이른 시장이었다”고 평가했다. 서영상 기자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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