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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처간 불만·엇박자에 복지부동 심화…정책추진력 약화·레임덕 재연되나?
대선정국 공약 남발도 정책 신뢰도 떨어뜨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설익은 경제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정부 공직자들도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정책 추진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정부세종청사 전경. [헤럴드DB]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발(發)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돈을 풀어 물가가 올랐는데 각 부처에다 물가관리하라니…. 이럴 거면 물가당국인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 없애고 부처마다 농업물가과, 공정물가과, 금융물가과, 산업물가과 조직을 만들어주던지요. 물가가 걱정되면 기재부가 확장재정 정책을 쓰지 말던가요.”(경제부처 한 관계자)

대통령 선거까지 불과 70여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의 정책을 놓고 이같이 부처마다 엇박자가 나면서 집권 5년차 레임덕(임기말 권력 누수현상)이 가속화하고 주요 정책의 추진 동력은 급격히 저하하는 분위기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민생물가의 안정적 관리를 2022년 중점 과제 중 하나로 정하고 물가부처 책임제를 시행키로 했다. 각 부처에서는 이를 이명박 정부 시절 시행했던 부처별 물가안정책임제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해당 부처마다 양파 과장, 오징어 과장, 냉장고 과장 등이 해당 품목의 물가를 전담하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의 물가안정책임제도 정부 부처 국·실장급 고위 간부들이 쌀, 배추 등 특정 품목의 물가를 전담했다. 당시 문책 규정은 없으나 대통령의 물가 안정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정책이어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을 때는 어떠한 식으로든 불이익이 생길 것으로 보고 담당 간부들이 물가 동향에 따라 웃고 울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5개월가량 남은 시점에서 물가부처 책임제를 놓고 부처마다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또 주요 쟁점이 되는 사안이나 민원은 뒷전으로 미뤄두는 식이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안일수록 이런 경향은 짙어진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3일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 착수를 발표했지만 정작 이 관련 사항은 산업통상자원부에다 미룬 상황이다. CPTPP는 일본과 호주, 멕시코 등 11개 회원국이 2018년 12월 출범시킨 경제 동맹체로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12.8%에 이르지만 국내 농축 수산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또 유류세 시행, 전기·도시가스 요금 동결 등을 놓고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연이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에너지 주무 부처인 산업부는 기재부가 물가 관리를 앞세워 ‘찍어 내리기식’ 일방통행을 반복한다는 입장이고 기재부는 물가당국으로 당연한 정책이라는 반응이다.

경제부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국제유가나 천연액화가스(LNG) 가격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정부에서 해당 기업에 관련 품목 가격을 올리지 말라고 하는 것은 시장주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기재부와 산업부 산하기관인 한국수출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업무중복으로 두 부처간의 갈등이 내재된 상황이다. 대출을 주업무로 하는 수출입은행이 ‘보증’ 업무 확대를 추진하면서 무역보험공사와 소모적인 경쟁을 유발하고 있다. 현재 무역보험공사의 연간보험 인수금액 중 35%인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총액제한비율을 50%로 올린다는 게 골자다. 무역보험공사 노조는 관련사항을 형사고발까지 추진하고 있어 갈등이 확대될 전망이다.

한 경제부처의 전직 관료는 “부처 간 엇박자가 기재부와 산업부 사이에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라며 “불통과 기 싸움, 일방통행이 그걸 보는 국민을 지치게 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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