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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강원은행, 정치논리에 불붙는 지방은행 설립 논의…현실성은 글쎄
충청도 “2023년 인가서 제출”
3000억원은 있어야 설립 가능할 듯
강원도도 설립 검토
지방은행, 탈지역화 화두 상황
‘정치논리, 금융 앞선다’ 비판도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충청권을 중심으로 지방은행 설립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지방은행이 있는 지역에 비해 없는 곳의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고, 지역 자금유출이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충청도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강원도 또한 지방은행 설립 검토에 나섰다.

지방은행 활성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시각도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않다. BNK·DGB·JB금융 등 지방금융지주들이 태생적 한계를 느끼고 ‘탈지역화’를 내세우는 상황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만으로는 설립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내년 대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논리가 금융을 앞서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속도내는 충청은행, 강원도도 검토…지방은행 활성화는 공감

지방은행 설립 논의에 불을 지핀건 충청권이다. 이달 초 양승조 충남지사, 허태정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이시종 충북지사는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을 위한 충청권 공동 추진 협약’을 맺었다. 지난 21일에는 해당지역 시·도의회 의장들이 의기투합해 이같은 뜻을 재확인했다. 충청권은 공동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2023년 금융당국에 인가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 전국 시·도 중 지방은행이 없는 곳은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충청과 강원이 유일하다. 충청은행의 경우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이듬해 문을 닫았다. 강원은행 또한 1999년 9월에 조흥은행에 합병돼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지방은행 설립 필요성이 제기된건 지역경제 낙후, 지역자금 역외유출, 수도권 집중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어서다. 충청, 강원도에도 각 시중은행들이 영업본부를 만들어 공략하고 있지만 인구 수 등을 고려했을 때 집중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지역에 기반을 둔 은행을 만들면 해당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고, 지역금융 활성화를 꾀할 수 있으니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

지방 경제 활성화 등은 금융당국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금융위원회 또한 내년도 은행 과제 중 하나로 지방은행 경쟁력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지방은행과 빅테크·핀테크 협력 지원,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예탁금 지방은행 예치 의무화 등 지엽적인 부분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지만, 지방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 등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남도청 관계자는 “지방은행 설립 관련해 내년 주 업무는 연구용역이 될 것”이라며 “업무추진 담당팀이 신설되기 이전부터 이미 금융위 측에 말했으며 연구용역을 진행해 인가서를 제출하는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에 강원도도 충청도에 관련 내용을 문의를 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강원지역 은행 설립 방안을 검토한 건 맞다”며 “아직 확정된 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방은행 규제부터 출자까지 산넘어 산…선거용 공약 지적도

이제 논의가 시작된 만큼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는 않았다. 최선책은 지역 자본을 펀딩해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다. 지역 자본으로 만들어지니 독립적, 자율적 운영이 가능하다. 설립 취지에 가장 걸맞은 예다.

문제는 자금이다. 펀딩 금액도 무시못할 수준일 뿐더러 설립 이후 추가적인 비용이 얼마나 들지도 고려해야한다. 은행 설립에 필요한 법정최소금액은 250억원이지만 인력 운영, 부지 확보, 시스템 구축 등을 고려하면 3000억원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은행만 덩그러니 설립한다고 해도 문제다.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금융지주 형태로 가는 것이 나은데, 은행 설립보다 더 큰 과제다. 그렇다고 기존에 있던 금융지주 자회사 형태로 지방은행을 설립하는 방안도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충청남도청 관계자는 “자본금 규모 등은 용역을 진행하면서 정해질 것”이라며 “출자 대상자들을 만나고는 있지만 일반기업체부터 어느 금융기관이 참여할지, 지자체 출자 비율이 얼마나 될지 등은 여러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말했다.

은행을 설립한다고 해도 지방경제활성화 만으로 존립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이미 지방은행을 보유하고 있는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가 처한 딜레마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이들은 디지털·글로벌화로 지방 기반 영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탈지역화’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 관계자들의 입김도 만만치않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힌다. DGB 금융지주만 봐도 은행을 제외하고 나머지 계열사들의 이름을 ‘하이’로 교체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대구 지역 반대에 부딪힌 상태다.

이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지방은행 설립 움직임이 내년도 대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논리에 좌우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도권에 비해 인구수도 제한이 있는만큼 영업기반 확장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지방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경우 해당지역 중소기업에 대출비율을 일정하게 해야하는 등 각종 규제로 성장성이 막혀있다”며 “극단적으로 지방에 각종 공항을 만들어놓고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것만 봐도 은행을 설립하는 큰 문제를 정치논리로만 섣불리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충청도가 은행 설립에 대해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과 적극적으로 의견을 공유해왔다는 점에서 현실화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충청)도 차원에서 추진하는건 알고 있지만, 해당 지역과 따로 교감한 건 없다”고 언급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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