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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립금만으로도 수수료 수백억 ‘노다지’
은행권 IRP 수수료 인하 인색 왜?
증권사 경우 13곳 공격적 인하
은행은 온라인 비중·적립금 적은
우리·부산·대구은행 등 3곳 참여
국민·신한·하나 “포기하기 너무 커”
금감원 “고객 관점서 생각해봐야”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놓고 온라인 수수료 무료 정책이 확산되고 있지만, 유독 은행권은 뒷짐을 지고 있다.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야하는 증권사와 달리 적립금만으로도 매년 수백억원에 이르는 수수료를 수취해왔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운 ‘노다지’라는 얘기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기준 IRP 온라인 계좌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금융사는 총 16곳이었다. 업권별로 보면 증권사가 13곳에 달한 반면 은행은 우리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등 3곳에 불과했다. 금감원이 해당 금융사 리스트를 공개한 뒤 일부 회사들이 수수료 관련 문의를 했지만, 추가적인 움직임을 보인 곳은 없었다는 후문이다.

IRP 온라인 수수료 면제는 삼성증권을 시작으로 증권가에 번졌다. 높은 수익률 만으로는 은행 가입자들이 계좌를 잘 옮기지 않자 야심차게 꺼낸 카드였다. 대면에 비해 서비스 제공 범위가 좁고, 디지털 확대로 비대면 고객이 늘고 있다는 점도 고려대상이었다.

계좌 하나하나가 아쉬운 증권사와 달리 은행은 사정이 다르다.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42조6000억원의 IRP 적립금 중 은행권이 28조8000억원 규모로 대부분이다. 상품, 유형별로 상이하긴 하지만 은행들은 증권사보다 다소 높은 연 0.2~0.3%를 수수료로 챙긴다. 고객 대부분이 원리금보장형을 택한 것을 고려하면 별 무리없이 매년 500억~600억원대 수수료를 가져갈 수 있다. 온라인 가입자 비중이 보통 30~40%인 점을 감안할 때 은행이 온라인 무료 수수료 정책을 펼 경우 연 200억대의 수익을 포기해야하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상위 사업자들이 움직일리 만무하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3분기 IRP 적립금은 7조원대, 하나은행은 5조원대에 이른다. IRP 수수료를 최소 수준인 0.2%, 온라인 가입자 비중을 30%로 잡았을 때 단순 계산으로 국민은행, 신한은행은 매년 50억원대 수익을, 하나은행은 30억원대 수익을 포기해야한다.

온라인 무료 수수료 정책을 시행하는 우리은행의 IRP 적립금은 3조9000억원 안팎이지만 온라인 가입비중이 10% 대에 불과하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의 적립금은 2000억원, 3000억원대 남짓이다. 복수의 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IRP 하위 사업자인 우리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은 고객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무료 수수료를 선택한 측면이 있다”며 “은행들이 증권사와 달리 원리금 보장상품을 많이 취급하기 때문에 IRP내 편입하는 펀드로는 보수가 떨어지지 않아 온라인 수수료를 포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디폴트옵션 도입, 은행 내 원금 비보장형 상품 취급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고객 관점에서 은행들이 수수료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IRP 계좌는 퇴직한 이후 연금수령 종료시점까지 장기간 유지하게 되므로 수수료가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나타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성 걱정을 하지만 DB형이나 DC형에서도 수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소위 말해 손해보고 하는 장사는 아니다”라며 “고객 입장에서 수수료를 낸다고 무료 수수료를 펼치는 금융사에 비해 우월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받는다고 느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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