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구내식당과 관련해 화제가 됐던 부당 지원행위는 기업 1이 기업 2나 특수관계인 A씨에게 비정상적인 대가를 지불하는 거래를 위법한 거래로 보고 규율하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특정 거래가 과연 ‘상당히 유리한 조건’하에서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리했는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비교 대상이 필요하다. ‘정상적인 거래’를 알 수 있어야 비정상 거래도 규정할 수 있다. 경제 분석은 이 과정에서 정상 거래를 규정하는 역할로 작용한다.

부당 지원행위 대부분은 특정 그룹 내 계열사 간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비교해볼 만한 다른 거래를 찾기가 쉽지 않다. 법원에서도 특수 관계가 없는 제3자와의 거래를 찾아보고, 마땅한 거래가 없으면 최대한 적당한 거래를 찾은 이후에 “차이가 있다면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정상 가격을 추단”하라고 한다.

큰식당컴퍼니라는 회사 사장의 어머니가 김치공장을 운영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큰식당컴퍼니에서 사장 어머니로부터 김치를 사오는데, 너무 높은 가격을 쳐 주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하자. 그런데 김치 가격이 과도하게 비싼지 확인하려면 정상적인 김치 가격을 알아야 한다. 일단 비교 대상 가격으로 큰식당컴퍼니가 사장 등과 전혀 관계가 없는 제3자에게서 지난해 사온 김치 가격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데 제3자에게서 사온 작년 김치와 사장 어머니의 올해 김치가 반드시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고춧가루도 다른 걸 쓸 수 있고, 배추도 다를 수 있다. 또 지난해와 올해 사정이 다를 수 있다. 올해는 설렁탕이 대유행이라 김치 대신 깍두기가 많이 나갔고 김치 수요가 대폭 줄었을 수도 있다.

법원은 이런 경우 올해의 사정과 작년의 사정을 비교해서 비교 대상 가격을 조정할 것을 요구한다. 고춧가루가 다르다면 그 사정도 반영할 것을 요구한다. 요컨대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요인을 반영해 비교 대상 가격을 조정하라는 것이다.

최초 적절한 비교 대상 가격을 찾는 과정에서는 아무래도 경제 분석의 역할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서 비교 가능하도록 조정하는 과정에서는 경제 분석의 역할이 있다.

고춧가루 사정이 다르다면 고춧가루 원가가 김치 가격 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해 그 원가 차이를 적절히 반영하여야 한다.

작년과 올해 사이의 달라진 사정을 반영하는 경우는 좀 더 기술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두 해 사이 달라진 시장 환경 중에서 고려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무엇인지 정리하여야 한다. 코로나 때문에 배달 비중이 커졌고, 배달 시 김치 소비가 식당 내 취식 시 김치 소비보다 작다면 코로나라는 특수 사정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경제 분석 기법 중에 ‘가격 결정 요인 분석’이라는 것이 있다. 김치 가격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요인을 통제하면서, 각 요인이 김치 가격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추정하는 것이다. 김치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는 배추 가격, 고춧가루 가격, 무 가격, 깍두기 판매량, 열무 가격, 열무김치 판매량, 설렁탕 판매량 등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러한 수많은 요인 중에서 중요한 것들을 골라 김치 가격 결정 요인 분석을 수행하고, 각 요인의 영향 정도를 추정해 제3자 김치 가격을 보정할 수 있다.

물론 경제 분석은 만능이 아니고, 경제 분석을 통한 가격 보정이 성공적으로 완료된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경제 분석 수행 과정에서 채택한 방법론이나 고려 요소 간의 차이에 의해 결과도 상당히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최대한 합리적으로 경제 분석을 수행한다면 경제 분석은 법원이 요구하는 합리적 조정 과정이 될 수 있다.

조성익 공정거래위원회 경제분석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