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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정부부채 낮다고요?…“‘재정여력’으로 풀이하면 안됩니다”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글로벌 수준에서 우리나라 (정부부채 레버리징이) 낮다고 정부부채를 늘려도 된다는 논리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한 주장입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내놓은 ‘매크로레버리지 변화의 특징 및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작성한 박창현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총괄팀장 차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평균과 선진국에 비해 민간부채 증가폭은 높고, 정부부채 증가폭은 낮은 우리나라 메크로레버리지(민간·정부 부채) 특이점을 정부의 재정여력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는 취지다. 이는 최근 대선 정국에서 거론되는 50조∼10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수준에 비해 우리나라 정부부채의 증가 폭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19 발발 직전(2017~2019년 평균)과 2020년 이후(2020년 1분기~2021년 1분기 평균) 사이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나라의 정부부채 비율은 7%포인트(p) 증가한 45%에 그쳤다. 같은 기간 글로벌(13%p 증가한 94%)이나 선진국(20%p 증가한 127%) 증가폭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 같은 차이가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양호하기에 재정여력이 충분하다는 논리로 연결될 수 없다. 나라별 경제, 재정 상황이 다르다는 기본 전제에 더해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우선 ‘민간부채와 상호작용’이다. 한 국가의 재정여력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정부부채 뿐만 아니라 민간부채 수준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재정은 경기 침체기에 완충 역할을 한다. 보통 경기 하강 국면에서 민간에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일어나고, 정부는 지출을 늘리며 정부부채 레버리징 비율이 높아진다. 경기가 나빠지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치유하고자 부양책을 펼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 증가폭은 글로벌이나 선진국에 비해 2~3배 늘어났다. 경기 침체시 완충 역할을 할 재정여력을 더욱 확충해둬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다음은 우리나라의 ‘재정 리스크’다. 현재는 상대적으로 정부부채 비율이 낮지만 향후 정부가 지출을 늘려야할 위험이 산적한 환경이라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급속한 저출산·고령화, 비기축통화, 공적연금 수지 악화 등이 꼽힌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70~2018년 한국의 고령인구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가장 빠르게 늘었고, 합계출산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연평균 3.1%)로 떨어졌다.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대외적인 요인에 의한 경기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다. 공적연금 적자는 시한 폭탄이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0년에 적자로 돌아선 뒤 2055년 기금이 고갈되고, 공무원연금은 2030년까지 적자가 6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대선을 80여일 남겨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00조원의 소상공인 지원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5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두 후보의 대규모 재정지원은 정부부채를 늘려야 가능한 약속이다.

당장의 표가 급한 후보들이 ‘민간부채와 상호작용’, ‘재정 리스크’ 등과 같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기 힘든 시기일 수 있다. 그렇다면 유권자가 대신해 정부부채의 급격한 증가는 당장 가계부채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정부부채 증가는 국고채를 더 발행하겠다는 것으로, 시장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가계대출의 기준금리는 대표적인 시장금리인 국고채 금리와 연동된 은행채 금리다. 결국 막대한 정부부채의 짐은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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