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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생활 플랫폼' 기대는 김칫국?…'신중 모드'로 돌아선 금융당국
은행 부수업무 확대 방식
당국 규제샌드박스 방침에
뒤로 밀린 법 개정
제한된 생활플랫폼 비즈니스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금융당국이 혹시나 부작용이 생길까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거 같습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9일 “금융회사와 핀테크 간 협업을 통한 새로운 금융서비스에 대해서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부수업무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뒤, 한 은행지주 고위 관계자의 반응이다. 은행권에서는 부수업무 확대를 위해 은행법 개정 등 법적인 근거가 뒷받침된 제도 개선을 기대해왔기 때문이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공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의 핵심 비즈니스 중 하나가 금융과 비금융 서비스를 융합한 생활플랫폼 사업이다. 금융시장으로 발을 넓히고 있는 빅테크 플랫폼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배달, 숙박, 쇼핑 등 다양한 비금융 플랫폼 사업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전통 금융그룹이 금융업에 진출한 빅테크에 비해 시장에서 상당히 낮은 가치평가를 받고 있는 배경으로도 금융권 전업주의가 꼽힌다. 전업주의란 은행은 은행업무만, 증권은 증권업무만 수행하고 비금융은 물론 다른 금융업무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를 말한다.

조영서 KB경영연구소장은 “4대 금융그룹 시가총액을 합쳐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합보다 낮은 것은 미래 성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이같은 평가를 불식시키 위해서는 금융그룹 혹은 은행이 생활금융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은행권은 비금융 플랫폼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현행법상 부수업무의 범위를 확대해 달라고 금융당국에 꾸준히 요청해왔다. 은행법상 부수업무로 규정된 업무는 채무보증, 어음인수, 팩토링, 보호예수, 수납 및 지급대행 등이다. 여기에 ‘플랫폼 비즈니스’를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 은행권 입장이다.

하지만 전날 고승범 위원장의 발언으로 부수업무 확대가 법적인 제도 개선보다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규제샌드박스는 금융회사별로 신청한 혁신금융 서비스에 한해 일정 기간 동안 법 적용을 면책시켜주는 제도다. 특정 금융회사가 신청해서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되면 다른 금융회사는 사실상 해당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예컨대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은 자체 배달 플랫폼인 ‘땡겨요’를 이달 22일 출시 예정이다.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신한은행은 배달 플랫폼을 특정 기간동안 운영할 수 있는 반면 다른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배달 플랫폼 사업을 펼칠 길이 막힌 셈이다. 실제 KB국민은행은 배달 플랫폼을 출시하는 대신 기존 배달 플랫폼인 요기요와 업무협약을 맺고 KB스타뱅킹 플랫폼 내 ‘요기요 배너’를 추가하는 선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공통의 입장은 법적 근거를 갖고 생활플랫폼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부수업무를 확대시켜야 한다는 것”이라며 “샌드박스를 통한 부수업무 확대는 제한된 기간과 사업에 한해서만 허용한다는 것이기에 은행들이 다양한 플랫폼 사업에 도전하기에 한계가 크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법 개정을 통해 은행 부수업무에 플랫폼 비즈니스를 추가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금융권 부수업무를 법적으로 풀어줬을 경우 핀테크 업체가 설 곳이 사라진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며 “기존 법령 적용을 받지 않은 샌드박스를 통해 우선적으로 부수업무 확대를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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