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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님 다 뺏긴다?”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에 보험업계 엇갈린 전망
퇴직연금 투자상품으로 운용
“수익 좇아 증권사로 이동할 수”
“증권사 수익률 실제 높지 않아”
“증시 침체, 금리 상승기 감안해야”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에 내년부터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가시화됨에 따라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금융업권별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수익률을 좇아 은행, 보험사에서 증권사로의 자금 이동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지만, 증권사의 수익률이 더 높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3일 국회에 따르면, DC형 퇴직연금에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 연내 본회의 통과가 점쳐지고 있다.

퇴직연금은 DC형과 확정급여(DB)형으로 나뉜다. 회사가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DB형과 달리, DC형은 회사가 근로자의 연금계좌에 매년 한 달치 임금을 적립해주면 근로자가 운용방법을 스스로 결정해 운용결과에 따라 퇴직급여를 받는 식이다. 그러나 DC형 가입자 대부분은 별다른 운용지시를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83.3%(약 58조원)가 수익률이 낮은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디폴트 옵션은 근로자가 운용방법을 별도로 선택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한 운용방법에 따라 자동으로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사전에 지정할 수 있는 금융상품은 타깃데이트펀드(TDF), 혼합형펀드, 머니마켓펀드(MMF)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 외에 원리금보장상품도 넣는 방향으로 합의됐다.

일각에서는 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면 은행과 보험사에서 증권사로 퇴직연금 가입자가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증권사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더 높기 때문에 일정 부분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높은 수익을 원하는 가입자들을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국민들의 투자 성향이 위험과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라며 “아무래도 은행·보험사는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공격적 투자에 강점을 보이는 증권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증권업계 퇴직연금 적립금은 3분기 12조5760억원으로 2년전(8조316억원)에 비해 56.6% 늘었다. 같은 기간 은행권은 34조2827억원에서 44조5887억원으로 30.1%, 보험업계는 9조583억원에서 11조3156억원으로 24.9%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디폴트 옵션으로 인해 가입자가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흔히 증권사가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차이가 없다”라며 “퇴직연금에 있어서 수익을 원하면 증권사로, 안정을 원하면 보험사로 가야 한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최근 2년간 증시 등 투자 상품 수익률이 좋았지만, 앞으로 증시가 주춤하고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고객들이 계속 위험을 추구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통해 업권별 DC형 적립금 상위 3개 업체의 합계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증권사는 7.69~8.23%, 보험사는 3.62~4.89%로 증권사가 두 배 가량 높다. 그러나 이를 보장 상품과 비보장 상품으로 나눠 세부 수익률을 보면, 증권사 보장이 1.11~1.5%, 비보장이 12.97~14.16%로 보험사 보장(1.82~2.02%)과 비보장 (11.38~16.3%)과 별 차이가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에 보장 상품 가입자가 절대적으로 많고, 비보장은 적어 평균을 내보니 합계 수익률이 낮게 나온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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