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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은행, ‘대출꺾기 의심 거래’에 화들짝..KPI에서 교차판매 삭제
작년 하반기 KPI부터 교차판매 미평가
공식적으로 '고객 선택권 확대' 취지
구속성 상품 판매 차단 방안
소매금융 실적 부담에 꺾기 의심 거래
IBK기업은행 본점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IBK기업은행이 영업점 평가 기준인 핵심성과지표(KPI)에서 ‘교차판매’ 항목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은행은 공식적으로 ‘고객 선택권 확대’를 위해 KPI를 개선했다는 입장이다. 국내 은행들 가운데 ‘대출꺾기 의심거래’가 가장 많다는 지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KPI부터 ‘교차판매’ 실적을 평가하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은 교차판매 실적을 평가하는 대신 고객기반에 대한 점수를 메기는 방식으로 KPI를 개선했다. 특정 거래 고객을 상대로 단편적으로 얼마나 많은 상품을 판매했는지 따지기보다 전체적으로 주거래 고객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를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KPI에서 기업과 개인 고객에 대한 별도의 교차판매를 평가하지 않고 고객기반 관련 평가에 통합했다”며 “고객들의 금융상품 및 서비스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말했다.

그간 기업은행은 영업점별로 개인고객과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각각의 교차판매 실적을 평가해 왔다. 교차판매에 대한 KPI 배점도 높여왔다. 2019년 개인고객에 대한 교차판매 배점은 1년 만에 5점 증가한 25점으로 늘어났다. 2020년에는 전년 대비 10점을 늘려 35점을 배정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교차판매 KPI는 2019년까지 15점으로 유지되다가 지난해 20점으로 상향됐다.

교차판매는 한번 거래를 계기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업방식이다. 기업은행이 교차판매를 평가하지 않는 취지로 설명한 ‘고객 선택권 확보’는 다른 말로 하면 영업점 직원들의 구속성 상품 판매를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속성 상품 판매는 고객 의사와 상관없이 은행이 복수의 상품가입을 사실상 강제하는 이른바 ‘꺾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 “교차판매 지표가 있으면 아무래도 직원들이 한 고객에게 여러 가지 상품을 판매하려고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라며 “이 과정에서 꺾기 의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은행이) 교차판매 자체를 실적에 반영하지 않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국내 은행들 가운데 꺾기 의심거래가 가장 많은 은행으로 지적받아 왔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대출계약 전후 1개월 이후 2개월(30~60일) 사이에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꺾기 의심거래가 가장 많은 은행은 기업은행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기업은행의 꺾기 의심거래는 금액 기준 16조6252억원으로 은행권 전체의 37.8%를 차지했다. 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제20조 등에 따라 대출상품 판매 전후 1개월 내 금융소비자 의사에 반해 다른 금융상품을 강요하지 못한다.

특히 기업은행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작된 금융지원과 관련해서도 꺾기 의심거래가 다수 발견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실행된 코로나19 1차·2차 대출 가운데 대출 전후 2개월 내 금융상품 가입현황을 조사한 결과 꺾기 의심거래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기업은행으로 건수는 9만6000건으로 전체 꺾기 의심거래 건수의 42.1%를 차지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설립 특수성으로 인해 소매금융에 대한 경쟁력이 다른 시중은행보다 약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에 소매금융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교차판매에 다소 무리하게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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