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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둘러 긴축하는 신흥국, 느긋(?)한 미국…왜?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각국이 서둘러 통화정책을 전환하고 나섰다. 다만 이 과정에서 경제·부채 규모 차이에 따라 중앙은행별로 긴축으로 움직이는 속도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기록하며 31년만에 최대 상승을 기록한 미국은 이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시작하는 단계이고, 금리는 빨라야 내년 중반에 들어서야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우리나라와 비교해 속도가 더디다.

미 정책금리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를 보여주는 인베스팅닷컴의 ‘연방준비제도 금리 모니터(Fed Rate Monitor)’에 따르면 11일 현재 내년 5월에도 금리가 현 수준(0.00~0.25%)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는 전망의 비중이 62.5%를 기록하고 있다. 내년 6월에도 금리에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30.4%다. 적지 않은 시장 참여자들이 2022년 상반기까지 금리 동결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신흥국들은 올 들어 앞다퉈 금리 인상에 나선 상태다. 브라질은 올해만 6차례 인상으로 총 5.75%포인트(p)를 올렸고 러시아도 올 들어 3.25%p 인상했다. 지난 8월 0.25%p를 올린 우리나라는 이달 0.25%p 추가 인상이 유력한 상태다.

연준이 통화긴축속도를 여유있게 가져가는 이유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해석에 기반하고 있다. 최근의 물가 상승은 원자재 시장에서 발생되고 있기 때문에 수급 불균형 문제가 해소될 경우 인플레이션 흐름이 일시적일 수 있단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또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화석연료 자급률은 99%로 에너지 중 대부분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상무는 “미국은 소비가 GDP(국내총생산)의 68%를 차지하고 있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화석연료를 거의 100% 자급하고 있다”며 “따라서 노동시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인플레이션이 크게 지속적으로 발생할 위험이 높지만, 상품시장의 가격상승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낳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GDP에서 제조업·상품의 비중이 높은 한국과 같은 나라 입장에선 공급요인은 지켜볼 수밖에 없더라도 금리 인상을 통해 수요측 물가 인상 압력을 억누를 필요가 있다. 또 미국이 예상보다 금리 인상에 서두르게 될 경우 내외금리차 축소 등에 따른 금융·외환시장에서의 충격이 확대될 수 있어 사전 대비가 불가피하다. 실제 미국의 지난달 높은 물가 상승률이 발표되자 달러화 가치(달러인덱스 기준)가 16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미국 물가가 오르는데 이에 따른 위험자산 기피 현상으로 달러 몸값이 더 오르는 아이러니가 연출된 것이다.

신흥국의 조기 긴축 전환에는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전철을 다시 밟지 않겠단 의지도 반영돼 있다. 미국은 장기물 채권 시장이 발달해 있어 가계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시장이 대부분 고정금리로 형성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들이 장기로 자금을 조달하는게 어려워 변동금리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9월 현재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잔액기준)이 75%로 이 수치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은 금리 상승에 가계의 이자부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자국 경기에 위해가 되는 수준에 이르렀단 판단이 설 경우 금리를 수직 상승 수준으로 단기에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는 시점에 맞춰 조정에 나설 경우 이자상환여력 급감으로 가계와 기업의 파산을 발생시킬 수 있다.

김 상무는 “신흥국은 가계와 기업들이 부채를 크게 늘려왔고 부채의 대부분이 변동금리이기 때문에 미국처럼 나중에 가서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렸다간 모두 망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그래서 연준과 다른 길을 갈 수 밖에 없고 아직 시간이 있을 때 금리 정상화로 향후 있을지 모를 경제충격에 대한 내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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