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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정부 씀씀이 보면…금리 더 오를 수 밖에

코로나19로 봉쇄됐던 경제가 풀리면서, 물가가 날개돋힌 듯 올라가고 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2%가 올랐는데 이는 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경유는 1년 새 무려 30.7%가 올랐다.

인플레이션은 국채금리를 밀어올린다. 실제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었던 주요국이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을 보이자, 전세계 금리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문제는 유독 한국 국채금리가 단기물을 중심으로 ‘더 빠르게, 더 많이’ 오른다는 데 있다.

기준금리의 영향을 받는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말 2.1%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1일 0.935%로 1% 아래였던 것을 감안하면, 두 배가 오른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주요 10개국 가운데 단연 1위다.

금리 상승은 수급도 영향을 끼쳤다. 외국인 투자자는 9월부터 두달 간 3년물 국채 선물만 24조5000억원 규모로 순매도 했다.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국채 가격 하락) 외국인이 투자 손실을 피하고자 국채 선물을 대거 판 것이다.

이에 기획재정부가 부랴부랴 11월 국채 발행량을 8조원으로 줄이고 한국은행 역시 통안증권 발행규모를 6조6000억원 수준으로 줄이는 대책을 내놨으나, 시장 금리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채권 시장에선 3년물 금리가 2%를 넘는 것은 내년 말 기준 금리를 1.75%로 예상한 수준으로, ‘과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유없는 수급은 없다.

한 켠에선 글로벌 시장 참여자들이 대선을 앞두고 확장적 재정정책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반영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선거 전 재난 지원금 등 인심쓰기 식 ‘돈풀기’가 이어지면, 국가 총지출이 확대되면서 국채 발행이 늘어난다. 인플레이션마저 더해지면 금리는 상승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당장 정부와 한은의 획기적인 시장안정 조치도 기대키 어렵다. 정부입장에선 코로나19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극화 해소에 나서야 하는데 재정지출을 무작정 줄이기 어렵다. 금리인상을 통한 통화정책 정상화를 표명한 한은이 국고채 단순 매입에 재차 나설 명분도 없다.

정책은 국민의 삶에 구석구석 스며들기 마련이다. 단기국고채는 신용대출이나 전세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채에 연동된다. 당장 한달 새 대출 금리는 1%포인트가 올랐다. 여기에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른 대출 총량 규제로, 우대금리를 없애고 원금 상환마저 유도하게 되면 체감 금리는 더 오르고 서민의 현금흐름은 더 삐걱댈 여지가 많다.

전 세계적 공급병목 현상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우리만 막을 수도 없고, 막혔던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재정정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주요국 대비 유독 우리나라 금리만 빠르게 오르고 있는 데에는, 채권 수급을 악화시킨 정부 정책이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1~8월 140조원의 국고채를 발행했다. 연간 발행 한도의 75.1%에 달한다. 그러나 이 기간 초과세수가 55조원으로, 국고채 발행 규모의 40%에 달했다. 재정적자를 줄여서 국채 발행을 축소할 수 있었지만, 초과세수는 재난지원금에 쓰였다. 한국 국고채 금리가 왜 유독 빠르게 오르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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