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역대 최고 고용률? 좋은 일자리 줄고 대졸 알바·공시족은 급증 [대졸의 한숨]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우리나라 고용률이 코로나 사태 전 수준의 99.8%까지 회복했다.”

지난 9월 우리나라 고용률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자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지표 아래에는 짙은 그늘이 깔려 있다.

좋은 일자리는 줄고 비정규직 일자리만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 상황이 악화한 대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다 보니 제조업 부문 일자리는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일자리 통계에 천착한 정부는 숫자 부풀리기에만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

고령자 중심의 단기 일자리가 대폭 늘어난 반면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대학졸업장을 받아들고도 공무원시험에 매달리거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대졸 비정규직 숫자가 역대 최다치로 늘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취업자 수는 768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7만1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수는 올 3월(+31만4000명)에 13개월 만의 증가세로 전환한 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15세 이상 전체 고용률은 61.3%로, 1년 전에 비해 1.0%포인트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도 67.2%로, 1.5%포인트 상승했다. 역대 9월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를 체감하는 이는 많지 않다. 고용률 숫자 늘리기에만 집중해 급조한 일자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비정규직은 올해 처음으로 8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8월 기준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는 전년 대비 64만명 증가한 806만6000명이다. 전체 임금 근로자 2099만2000명 중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38.4%까지 늘어났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산업별로는 보건사회복지, 직업별로는 단순노무 종사자가 급증했다. 근로자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인 셈이다.

반명 질 좋은 일자리인 정규직 근로자는 전년보다 9만4000명 감소했다. 코로나19 에 대기업들이 채용을 주저한 탓이다.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한 9월에도 제조업 취업자 수는 4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갈 곳 잃은 대졸 취업자들이 늘었다.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비를 버는 이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올해 8월 기준 대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는 1년 전보다 32만명(12.7%) 증가한 284만1000명이다.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806만6000명) 중 대졸 이상 비정규직 비중도 35.2%로, 지난해 9월(33.9%)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규 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다 보니 젊은 인력 채용이 줄어들고 있다”며 “오랫동안 구직활동을 하다가 아예 포기하거나 단기 일자리를 얻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문턱이 높아지자 공시족도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사회·복지 서비스 확충 등을 이유로 공공부문 채용을 확대한 점도 이런 분위기를 부추긴다. 지난해 말 기준 행정부 공무원 총정원은 113만1796명이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날 103만2331명 대비 9만9465명 많다. 올해 중앙부처 공무원이 8345명, 내년 5818명이 추가될 예정이어서 이를 합치면 11만3628명이 늘어나게 된다.

올해와 내년 지방공무원 증원 분과 수시·특별채용까지 고려하면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 총정원은 더욱 늘어난다. 내년 중앙정부 공무원 인건비는 41조3000억원이다. 문재인 정부 취임 첫해인 2017년 33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7조9000억원(23.7%) 늘었다.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수십만명이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건 사회적인 낭비”라고 지적했다.

fact0514@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