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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소부장, 이중 사슬로 더 튼튼하게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엔진 없는 자동차, 화면 없는 휴대폰은 상상할 수 없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완제품은 드러나지 않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의 협업으로 이뤄진 산물이다. 그러므로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기를 다 하긴 어렵다. 제조업에서 기업마다, 국가마다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국제 분업 구조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완제품 경쟁력이 좋은 우리나라는 고급 소재부품을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주로 외부에서 들여와 쓰는 데 익숙했다. 그러다가 일본의 소재 수출 제한 조치가 시작된 2019년 하반기부터 공급선 다변화와 자립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정부는 법, 제도, 자금으로 밀어주고, 기업은 연구 개발에 매진한 덕분에 특정 국가 의존도는 줄고, 자체 기술 확보 성과도 조금씩 나오는 추세다.

그렇지만 제조업 공급망을 위협하는 ‘불안’의 요소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다툼이 심해지면서 핵심 기술은 일종의 무기가 되어버렸고,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자 각종 완제품 생산도 연쇄적으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여기에 원자재값 상승, 반도체 부족, 물류 및 운송 대란도 발생했다.

이제껏 공급망 불안은 특별한 이슈로 인해 불거지는 비상 사태, 비정상적 상황으로만 여겼는데 요즘은 오히려 일상이 되어버린 듯하다. 불안한 공급망 이슈가 새로운 시대의 표준, 즉 뉴 노멀(new normal)로 자리잡아 가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K-소부장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우리 역량만으로는 통제가 어려운 외부의 글로벌 공급망(Global Value Chain)은 지금처럼 꾸준히 안정화를 추진하되, 이와 별개로 국내 소부장 생태계의 회복 탄력성을 키워야 한다. 예상치 못한 환경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으려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일종의 완충 장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사슬을 한 개만 쓰지 말고 여러 개 겹쳐 꼬아서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두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려면 소부장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이 지금보다 더 긴밀한 관계를 맺는 개방형 혁신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가 전국에 소부장 특화단지를 만들어 관련 기업들을 모으고 동반 기술개발,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것도 산학연이 똘똘 뭉칠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이달 15일까지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경기도 일산에서 열리는 ‘2021 소부장뿌리기술대전’은 기업 간 개방형 혁신, 산학연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연대와 협력을 전략으로 삼은 기업들이 기술 개발 파트너를 찾고, 판로를 개척하고, 내년 사업 계획 수립에 참고할 인사이트를 얻어갈 기회다.

불안이 일상으로 자리잡은 뉴 노멀의 시대, 대한민국 소부장 생태계가 이중, 삼중 사슬로 강력해진 회복 탄력성을 갖춰서 앞으로 어떠한 위기에 직면하더라도 휘청이지 않고 잘 나아갔으면 좋겠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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